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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J Jan 05. 2023

삶은 진행형 - 자신을 알아가는

   어렸을 때부터 도대체 산다는 것은 뭔지, 왜 사는지, 문득문득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나 스스로에게 한 답은, '내가 어떻게 알겠냐'라는 것이었다. 그런 걸 알기 위해서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한 사람들이 고뇌하고 철학했고, 종교가 생겨났을텐데, 내가 그걸로 고민한다고 답을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조금 더 살아보니, 여전히 해답이라고 부를만큼의 답은 아니지만, 어렴풋하게 '산다는 건 뭐가 있어서, 뭘 위해서 사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죽을 때까지 나에 대해 탐구하고 성찰하는 과정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내가 현악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첼로 소리가 좋고 첼로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별뜻없이 하다가, 그말을 옆에서 듣던 친구가 '그럼 배우면 되지'라는 말에, 갑자기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그렇지, 배우면 되지.'라며 바로 행동에 옮겨서 선생님을 알아보고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돌이켜보니, 아주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피아노 배우러 가는 도중에 다른 학원에서 새어나오는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아, 저거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때는 어린 마음에도 엄마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모두 배우게 해줄 것 같지 않아서, 혼자서 알아서 포기했던 적도 있다.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때는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기타까지 샀다가 혼자서 할려니 너무 어려워서 포기한 적도 있고, 대학 때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몇 개월인가 가야금을 배운적도 있었다. 몇 십년 세월 동안의 기억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인생 데이터를 종합해보니, 그 동안 깨닫지는 못했지만 나는 현악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랜 세월동안,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를 규정해왔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쬐~~~끔 더 음악을 연주하고(물론, 연주를 잘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더 일찍 알았다면, 진로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어버려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깨닫았던 순간, '아, 재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서 확실하게 한 가지 더 알게되었으니까. 내가 이때까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것과는 많이 다른 나를 발견하면서, 예상외의 '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나와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서 죽을 때까지 내가 나에 대해서 온전히 다 알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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