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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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Jae

우리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이 있습니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는 무언가입니다. 결국 그것이 무엇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작업을 시작할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병을 앓고 있으며, 그 병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느낀 것들을 이 공백 속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말없이 존재하는 이 공간에서, 저는 끊임없이 공란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썼습니다.


공허함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다 종종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이 작업의 계기이기도 합니다. 공백은 비어있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나름의 의미를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공백을 찾다 보니, 거울 속의 저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거울은 저를 비추며 나라는 존재를 조금씩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비록 휘갈긴 듯한 작업들도 많고 두서없는 것들이 섞여 있지만, 저는 그 또한 저라는 공란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믿습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무슨 이야기를 풀어낼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조차도 저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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