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멈춰 세운 건, 바다가 아니라 작은 나무였다.”
[CONTINUITY NOTE – 목멍]
최근 ‘목멍’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불멍, 물멍처럼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며 사색하는 시간.
내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자꾸 입에 붙는다.
요즘 나는
어딘가를 지나가다 나무화분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잘 키울 자신은 없어 식집사가 될 마음은 없지만,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용해진다.
잡념이 사라지고, 가만히 멍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여행 가는 게 나에게는 낭만이었다.
수평선을 보며 앉아 있는 그 시간이 힐링이라 믿었다.
물론, 여행을 가면 일정이 빽빽해
막상 바다 앞에 오래 앉아 있진 않았지만,
그래도 바다를 바라보는 그 순간만은
세상의 소음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도심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한 작은 나무 앞에서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지나가던 길에 놓인 나무화분을 마주쳤다.
홀린 듯 다가가 한참을 바라봤다.
마치 내가 아주 작아져
그 나무 아래 등에 기대어 있는 상상을 하며.
그 순간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무심히 바쁘던 하루 속에서
나만의 파도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오로지 나와 마주하는 시간.
나를 멈춰 세우는 건, 거창한 여행이 아니라 작은 화분이었다.
과거의 나는
북적한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바다를 찾았고,
그 물멍이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도심 속에서
내 속도를 찾아가고자 멈춰 서는 중이다.
‘목멍’은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위해
잠시 나와 마주하는 작은 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