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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짐작

오늘도 난 의미 없는 전쟁에 결사항전 중이다.

by 천휘영

‘지레짐작’이라는 말은
통상적으로 무언가 섣부른 생각 또는 판단을 할 때 쓰이는 말이다.


나는 유년부터 성장기 때 ‘삼국지’를 광팬이라 할 정도로 좋아했다.
물론 당시 ‘진 삼국무쌍’이라는 유명 콘솔 게임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어 흥미를 느꼈다.
등장인물들, 즉 게임 속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 있게 구현되어 더욱 빠지게 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어
아버지에게 처음 책을 읽고 싶다고 한 것이 ‘만화 삼국지’였다.
만화책이지만 60권이 넘는 책을 처음으로 정독했으며,
지금도 삼국지 관련된 내용에는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전쟁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여러 정황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심리에 대해 짐작하여
작전을 세우고 유도하는 내용들이 많다.


성장기에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유독 인간관계적인 부분에서 항상 앞서 생각을 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상대방과 대화 도중 선택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할 때
나도 모르게 답변을 회피하는 습관이 있는데
나의 내면에서는 파악이 되지 않아 불리하니
작전상 후퇴하라고 지시하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대로 사실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파악이 되지 않아 머릿속에서 수많은 장기말들이 왔다 갔다 하는 중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 상대방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나는 아무렴 다 좋은데!’
라는 불안정한 마음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늘 ‘지레짐작’하는 과정 속인 것이다.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는 탐구가 아닌,
오로지 나의 지레짐작만으로 유추하여
상대방이 만족하고 기뻐할 ‘신의 한 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번 내뱉은 수는 다시 물릴 수 없다.
나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은 선택은 좋은 수가 될 수 없다.


“이걸 좋아하겠지?”라고 지레짐작하지 않고
내가 먼저 마음을 비춰보일 줄 안다면
상대방도 기꺼이 비춰보일 것이다.


어쩌면 상대방은 이미 비추고 있지만
나는 그것마저 유인책 또는 속임수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불안정한 마음의 불신, 나를 향한 불신이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한 채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기 위한 혼자만의 싸움으로 끌고 들어간다.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야지.


같은 결심을 하지만
오늘도 난 ‘신의 한 수’를 두기 위해
지레짐작하며
의미 없는 전쟁에 결사항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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