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평양냉면

“호불호 있는 맛이 언젠가 대중의 줄을 만든다.”

by 천휘영

[CONTINUITY NOTE – 평양냉면]


나는 커피업계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산미 있는 커피, 신맛 나는 커피를 떠올린다.


그래서 고소하고 다크한 커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과반수 이상이 선호하지 않는 커피이기도 하다.

반대로, 우연히 자신에게 맞는 맛을 발견하고

스페셜티 커피만의 향미를 찾아가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생긴다.


나는 이때 종종 평양냉면을 비유로 꺼낸다.

둘 사이에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해,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북한에 방문해 평양냉면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조명되면서

한동안 평양냉면 붐이 일어났다.


전통을 지키던 냉면집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나 역시 물어봤다.

“평양냉면은 뭐가 달라?”

그러면 사람들은 말했다.

“슴슴한데… 그 육수의 풍미가 진해서 계속 생각나.”


나는 상상했다.

내가 아는 냉면은 새콤달콤하고 자극적인 육수에

쫄깃한 면과 잘 구운 고기와 궁합이 최고인 음식이었다.


그래서 처음 접한 평양냉면의 맛은

밍숭맹숭하고 간이 안 된 차가운 사골 국물 같았다.


불호였고, 다시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모닝커피챗 모임에서

‘평양냉면’을 주제로 한 시간 넘게 막힘없이 대화를 이어가는 걸 보았다.


평양냉면 매니아들이 있었고,

서울 시내 유명 냉면집을 도장깨기 하듯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육수 베이스까지 꿰고 있는 모습이 놀라웠다.


그걸 보며 문득 생각했다.

스페셜티 커피도 언젠가 이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호불호 있는 맛,

원재료의 품질 때문에 높게 형성된 가격,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대중화된 맛이 존재하는 것까지.


큰 맥락은 닮았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이 다른걸 알기에

아직은 가벼운 비유로만 남겨둔다.


그래도 언젠가는 스페셜티 커피도 평양냉면처럼

줄 서서 마시는 날이 올지 모른다.





#브런치에세이 #스페셜티커피 #커피이야기 #평양냉면 #일상기록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래낙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