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길

by 류서윤


종묘의 높은 담은

세월의 결을 품은 무거운 벽으로 다가왔다.


그 곁에

젊은이들은 생의 불씨를 쥔 채

어둠을 밝혔다.


서순라길의 석벽 그림자와

네온사인의 불빛이 맞닿는 순간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들이 하나로 포개져 숨을 쉬었다.


바람은 향나무 냄새를 품고 흘러가고

각자의 이름 모를 불꽃들이

담 너머의 고요와 길 위의 뜨거움으로 부딪혀

오래된 돌길 위로

청춘의 잔열이 공기를 가른다.


그리고 담장의 끝,

네온 불빛은 사라지고

밤하늘의 한복판에서 잠시 멈췄다.




<나의 기록>


2025년 10월의 밤, 오래된 시간의 향을 맡았다.


서순라길의 돌길엔

지난 세대의 발자국과 지금의 발소리가 겹쳐 있었다.


그 틈새에서 나는 묘한 시차를 느꼈다.


역사의 숨결과 젊은 네온의 불빛이 한 공간 안에서 반사되고 있었고

오래된 것의 묵직함과 지금의 생기가 공존했다.

마치 나 또한 그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듯했다.

길을 걷는 동안, 나는 과거의 정적과 현재의 소음 사이를 오가며

내 안의 시간을 피웠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벽,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 생각했다.


이 순간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빛일까? 그림자일까?
아니면 그 둘이 겹쳐진 현재라는 이름의 시간일까?



2025년 10월 추석 연휴 서순라길에서.

역사의 벽과 젊음의 불빛이 포개진 그 밤의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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