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민

사춘기

by 가을나라

내 마음대로 안 되는 3가지가 자식, 골프, 농사라던데..

내 첫사랑 큰 아들

농사는 모르겠고 자식, 골프는 확실한 것 같다

그중에서도 자식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사춘기인 큰 아들은 고등원서를 썼다.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성적이 좋은 아이가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아닌, 이제는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눈치싸움이기도 하다. 부모와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큰 애는 답정너였다. 집 앞의 학교를 선택했으며 이유는 내신을 잘 받기 위함이라 했다. 그리고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라고 했다. 그 학교는 내가 가장 보내기 싫었던 학교이기도 했다.

하지만 큰 아이는 공부에 취미가 없다. 공부에 욕심이 없다.

그리고 지금도 숙제를 제외하고는 자의에 의한 공부를 하고 있지 않고 친구들과 노는 일이 꽤 즐거워 주말마다 집을 비우기 일쑤다. 그런 아이가 내게 거짓말을 해왔던 사실이 얼마 전 발각이 되었다. 수학학원 선행 수업을 듣지 않고 있었던 거다. 그 시간 동안 친구들이랑 놀다가 학원 마치는 시간 맞춰 들어오던 일이 근 한 달 가까이 어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공부가 싫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한 달 안에 찾으라며 아이에게 호통을 쳤다. 말도 안 되는 꾸중을 하는 남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찾는다고 단기간에 찾아지는 일이냐며 본질을 벗어나는 남편을 떼어놓았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언제든 지원해 줄 준비는 되어 있으나 당장에 아무것도 없다면 지금 네가 해야 할 것은 공부 밖에 없다고 했다. 공부를 하면 훗날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겠지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선택의 기회가 없을 수도 있으며 그때는 그 상황에서 하기 싫은 일임에도 할 수밖에 없는 슬픈 어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공부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부모로서 아이를 잘 달래어 끌고 가야만 했다. 한 번도 제대로 욕심 내어보지 못한 공부에 진심과 최선을 다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거짓말을 한 죄로 아이는 기가 푹 죽었다

사춘기라는 큰 방패에 숨어 기고만장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내 말을 잘 들어주었다. 그리곤 나지막이 말했다. 생각해 봤는데 지금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는 것 같다고 풀 죽어 말했다.

그런데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고, 놀지 못하면 소외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아들의 모습이 짠하기 그지없었다. 공부하지 말고 그냥 실컷 놀라고, 이제는 공부의 시대는 끝났다고 쿨하게 말하지 못하는 엄마라서 참 미안했다.

그동안 큰아들에게 카톡을 보내면 읽씹이 일쑤였고 안읽씹도 허다했다. 그런데도 아들은 내게 미안해하지 않았다.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면 말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모든 것들이 참 속상했지만 아들이 사춘기라서 최대한 참고 있었던 터였다. 그러던 중에 얼마 전 본인의 머리는 엄마를 닮아서 나쁘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말에 기분은 나쁘고 속상했지만 웃으며 넘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말이 계속 곱씹어져서 날 참 힘들게 했었다

이번 거짓말로 아이에게 혼을 내던 중에 그동안 쌓여있었던 서운하고 분한 감정들이 올라오다가 결국은 그 말이 나와버렸다

" 너는 엄마 머리 나쁘다고 무시하는데 엄마에게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 엄마는 머리가 뛰어나진 못하지만 엄청 노력해. 노력하는 것만큼은 엄마를 따라 올 사람이 없어. 그래서 엄마를 아는 사람은 엄마 진짜 대단하다고 다 말하는 건데 너만 인정 안 하는 거야. 너는 노력 안 하잖아. 그래서 더 기분 나빠. 겁네 기분 나빠. 그리고 엄마 카톡 왜 씹니? 너는 친한 친구가 니 카톡 안 읽으면 서운하고, 읽어도 대답 안 하면 속상하잖아. 그런데 그런 행동을 너는 아무렇지 않게 엄마에게 하는 거야?"

꽤나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 털어놓아 버렸다.

아이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표현은 못하지만 항상 엄마를 존경한다던 지난 내 생일에 써 준 아이의 편지 내용과는 꽤 다른 아이의 행동에 대한 지적이었다.

내 아들은 참 심성이 곱다고 생각했었다. 사춘기도 별 탈 없이 남들만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을 정도로 요즘 나는 내 아이의 인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터에 벌어진 일이다

인성의 의심은 사라졌다.

물론 미안하다, 잘못했단 말은 듣지 못했지만 순한 얼굴과 눈빛으로 날 쳐다봐주는 그날 우리의 대화의 끝은 아들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해야 하는 공부와 친구들과 노는 즐거움에서 방황하는 내 아이의 시절을 내가 모르지 않으니 말이다. 대화가 끝나고 씻고 나온 아이에게 좋아하는 딸기를 내주었다. 자러 들어간다고 인사하러 온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내일 없어? 내일 일어나면 없어?"

"응~엄마 내일 새벽에 뉴욕 가"

"알겠어~잘게"

너와 나의 대화가 의미 없는 일은 아니었나 보다

뉴욕에 도착한 후 아들은 내가 묻는 말에 모두 답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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