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보다 익숙함을 선택하다

by 빛한결

중학교 3학년 졸업반,

그때 내가 다니던 곳은

면 단위 작은 마을에 있는 작고 아담한 중학교였다.


졸업을 앞두니 친구들의 길이 하나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넓은 세상을 꿈꾸며 도시로 유학을 떠나는 친구들,

집안 형편 때문에 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친구들,

여상에 진학해 일찍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친구들.


또 어떤 친구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정말 다양하게 여기저기 흩어져 갔다.


어쩌면 그때부터 우리는

조금씩, 아주 자연스럽게

각자의 삶을 향해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뚜렷한 목표도, 특별한 희망도 없었던 나는

변화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했고,

결국 중학교와 이어져 있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졸업식날,

이제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지금처럼 자주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가슴속에서 울컥함이 올라왔다.


후배들이 불러주는 졸업 축하 노래는

그 울컥함을 더욱 크게 흔들었고

가사 한 줄 한 줄이 더 깊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졸업식장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었고

함께 웃고 떠들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떠오르며,

마음 한편이 뭉클하고 잔잔하게 아려왔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왁자지껄했던 중학교 때와는 달리

교정 분위기가 한층 조용하고 낯설고 느껴졌다.


친구들은 전보다 더 차분해지고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애틋하던 소녀 같은 분위기는 어느덧 없어지고

조금 더 여성스러운 소녀의 분위기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내 키보다 더 작아서 늘 내려다보던 남자아이들은

어느새 얼굴을 들어 바라봐야 할 만큼 훌쩍 자라 있었고

철없고 어리게만 보이던 친구들이

조금씩 멋진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오로지 공부에만 매진했다.

솔직히 말하면 공부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친구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러도 다니고

각자의 방식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공부가 내 인생을 좌우할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하루하루를 집중하며 버텨냈던 거 같다.


그럼에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에 집중하기가 점점 힘들고 버거워졌다.


2학년까지는 어떻게든 따라갔고

조금은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지만,

고3이 되자 갑자기 큰 현타가 찾아왔다.


막히는 부분이 많아질수록

지치고 버거운 마음도 함께 커져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공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도망칠 곳이 없어서 매달렸던 건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것에 자신이 없었고,

그때 내게 남아있던 유일한 선택지는 공부뿐이었다.


진짜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어쩌면 보여주기식으로,

공부를 핑계 삼아 버티고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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