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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넘어졌는데, 왜 여덟 번 일어나는가

다루마 인형이 말하지 않는 침묵의 무게에 대하여

by Itz토퍼


일본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일본을 바라볼 때마다 묘한 아이러니가 마음에 남는다. 특히 그들 문화 깊숙이 자리한 ‘정신력(精神力)’은 때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일본인들의 정신력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를 북돋우는 차원을 넘어, 오랜 세월 지진과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 마주하며 터득한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거대한 힘 앞에서 일본인들은 그것을 거부하기보다, 내면을 굳건히 다듬어 역경을 견뎌내는 '정신적 무장'을 삶의 핵심 가치로 삼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가만(我慢, がまん)'이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만'은 필수적인지도 모른다. 우리말로 옮기면 흔히 '참는다'라고 번역되지만, 그 짧은 단어 안에는 단순한 인내 이상의 무게가 담겨 있다. 본래 불교 용어에서 비롯된 이 말은 자아에 집착하는 오만함을 가리켰으나, 세월이 흐르며 일본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뿌리를 내렸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 불편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품위 있게 견뎌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가만'이 뜻하는 바다.


가만은 단순히 이를 악물고 버티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의 고통을 내색하여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존심이며, 고난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단단해진다는 오랜 믿음이기도 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모든 것을 잃은 피해자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조용히 줄을 서던 장면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도 이 '가만'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가만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사회의 질서와 조화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 동시에, 마땅히 표현해야 할 감정조차 억누르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참는 것이 미덕이 되는 사회에서 도움을 청하는 일은 때로 나약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로사, 즉 '카로시(過労死)'의 이면에 이 뿌리 깊은 인내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결코 가볍지 않다.


이처럼 가만을 이해하는 것은 일본인을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침묵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그 무게를 읽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 문화의 결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



꺾이지 않는 의지의 형상, 다루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말은 한자로 기록되어 있어 흔히 중국의 고사성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표현은 일본의 ‘나나코로비 야오키(七転び八起き)’, 즉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관용구와 맞닿아 있으며, 이러한 의미가 한자 문화권 전반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지독한 인내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존재가 바로 ‘다루마(達磨)’ 인형이다.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의 형상은, 곧 일본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정신력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다루마(達磨) / by Gemini

강렬한 붉은색에 둥글고 투박한 몸체를 가진 다루마는 언뜻 단순한 장식품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믿음과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다. 다루마는 쉽게 넘어지지만 결코 쓰러진 채로 머물지 않는다. 바닥에 닿는 순간 다시 몸을 일으키는 오뚝이 구조는, 삶 속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회복의 과정을 상징한다.


다루마의 기원은 불교 수행자의 전설에서 비롯된다. 9년 동안 벽을 마주하며 수행에 몰두한 끝에 팔다리가 썩어 없어졌다는 달마 대사의 이야기는, 정신력만으로 육체의 한계를 극복해 낸 극한의 사례를 보여준다. 팔다리가 생략된 다루마의 둥근 형태는 단순히 디자인의 결과가 아니라, 오직 정신의 힘으로 버텨낸 시간의 흔적을 상징하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소원을 담는 그릇, 두 눈의 의미



다루마를 사용하는 방식 역시 이러한 정신적 수양과 맞닿아 있다. 처음 인형을 손에 넣으면 두 눈이 모두 비어 있다. 사람들은 간절한 소원을 품으며 왼쪽 눈을 먼저 채운다. 그 순간 다루마는 단순한 물건에서 벗어나 개인의 목표를 담는 그릇이자, 그 목표를 지켜보는 '제3의 눈'이 된다.


이후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시간 동안,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오른쪽 눈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남는다. 나태해지려 할 때마다 비어 있는 눈과 마주하며 스스로의 의지를 다잡는 것이다. 마침내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나머지 눈을 채워 완전한 모습으로 만드는 과정은, 결과의 성취보다 그 사이의 노력과 지속적인 정신력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



순환하는 감사와 색의 상징성



일본에서는 새해마다 다루마를 구입하여 한 해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곁에 둔다. 시간이 흘러 한 해가 끝나면 다루마는 다시 사찰로 돌아가 '공양(焚き上げ)'이라는 의식을 통해 태워진다. 이는 목표를 향해 보낸 시간과 그 시간을 버텨낸 자신의 정신력에 대한 감사, 그리고 경건한 마무리를 뜻한다.


다루마의 색 또한 사람들의 다양한 소망을 반영한다. 가장 전통적인 붉은색은 액운을 막고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며, 금색은 재물운과 사업적 성공을 기원할 때 선택된다. 흰색은 학업 성취나 새로운 시작의 순수함을 담고, 검은색은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강력한 부적으로 여겨진다. 저마다 다른 빛깔 안에 저마다 다른 간절함이 깃들어 있는 셈이다.



맺음말: 상대를 읽는 거울로서의 다루마



결국 다루마는 단순한 전통 공예품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역경을 대하는 지독한 방식을 응축해 놓은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다루마를 통해 읽어내야 할 것은 단순히 "포기하지 말자"는 식의 보편적 교훈이 아니다. 그들이 어떤 결핍을 메우기 위해 이토록 강박적으로 정신력에 매달리는지, 그리고 그 '가만'의 철학이 어떻게 사회를 지탱하는 강력한 근육이자 동시에 질식할 듯한 굴레가 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웃 나라의 문화를 관찰하는 일은 결국 우리를 돌아보는 일과도 같다. 과거사로 인한 불쾌함과 경계심을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단초를 얻게 된다. 다루마의 텅 빈 눈을 보며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을 인내하며, 무엇을 위해 다시 일어나는가. 둥근 다루마는 말없이 그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에게 각자의 '꺾이지 않는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를 향한 사유의 질문】


일본의 ‘나나코로비 야오키(七転び八起き)’, 즉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말에 대해 한 가지 질문. 왜 일곱 번 넘어졌는데,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일까?


유리공예품으로 만들어진 다루마, ⓒ 2025 Itz토퍼 Photography


'일곱 번 넘어지니까, 일곱 번 일어난다' - 과연 이 셈이 맞을까?


그 답은 의외로 단순한 데에 있다. 사람은 넘어지기 전에 이미 두 발로 서 있다. 다시 말해, ‘일어섬’은 넘어짐 이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는 상태다. 처음 땅을 딛고 선 그 순간을 하나의 ‘일어섬’으로 본다면, 넘어진 횟수보다 일어선 횟수가 하나 더 많은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보면 이 표현은 단순한 수사의 반복이 아니다. 그것은 몇 번을 쓰러지든, 언제나 그보다 한 번 더 일어서겠다는 의지의 선언이다. 어떤 경우가 되든 시작은 ‘넘어짐’이 아니라 ‘서 있음’이며,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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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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