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하루키를 읽는가

일상 속 마법과 고독의 심리학

by Itz토퍼
무라카미 하루키 오마주1.jpg 무라카미 하루키의 오마주 / by Sora


편의점에서 산 캔맥주를 따거나, 낡은 재즈 레코드의 먼지를 털어낼 때, 혹은 잠들기 전 무심코 펼친 책장에서 낯선 정적을 마주할 때. 이런 순간 갑자기 드는 생각은?


지금 이 순간이 ‘설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설계한 기묘한 세계의 입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 그의 소설은 지루할 만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에 아주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새로 우리가 애써 외면해 온 마음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그에게 끊임없이 매료되는 이유는 그 너머에 있는 '심리적 공명'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타인에게 드러내기 망설여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마음속 회색지대가 하루키의 작품을 통해 그 문이 열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하루키는 일본이라는 나라와 일본인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입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예술적 성취에 접근할 때, 나는 그 사람의 일상을 먼저 들여다보곤 한다.


흥미롭게도 하루키의 일상적 습관은 일본인의 보편성을 세밀하게 압축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나 자신과 내가 살아온 공동체에서는 조금 낯선 모습이기에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논하기 전, 나의 관심을 먼저 사로잡은 것부터 이야기하려 한다. 다름 아닌 그의 '루틴'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하루키는 작가로서 철저히 절제된 일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정해진 거리를 달리고, 재즈 레코드를 수집하는 그의 정교한 루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학적 수행처럼 보였다.


문득 나 자신에게 시야를 돌려보니, 새벽의 글쓰기와 정해진 시간의 산책, 그리고 재즈 음악을 모으고 즐기는 모습이 어느새 나의 일상으로도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그의 일상적 태도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내면적 질서를 엄격히 통제하려는 일본인의 자아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화려한 수사나 작가적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소설가는 체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사람이란 꾸준함이 중요하다”라고 고집스럽게 믿으며 살아온 스타일이다. 그가 나에게 영향을 미쳤을까? 설마 그럴 리가. 이건 내가 열 살 때부터 지켜온 습관이니 시기상 맞지 않는다. 그 시절 나는 그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튼 작가 하루키의 담백하고 성실한 태도는 그의 문장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문장 너머에 있는 깊은 심리적 울림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무의식의 발현: 현실의 틈새로 스며드는 초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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