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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수록 더 빨리 망하는 가게의 비밀

공헌이익 분석은 왜 중요할까?

by 이진


떡볶이 가게 사장님 철수씨 이야기


열혈 청년 철수씨는 7월 초 학교 앞에 떡볶이 가게를 차렸다. 의욕에 넘쳐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 떡볶이를 만들어 팔고, 홍보하고, 가게 마감을 하느라 밤 늦게까지 정신 없는 하루를 보냈다.


7월 말일, 철수씨는 뿌듯한 마음으로 한 달치 장부를 열어보았다. 그런데 육십만원마이너스 손익이 찍혀있는 게 아닌가. 긍정적인 철수씨는 낙담하지 않고 반성했다. '내 노력이 부족했군. 다음 달에는 떡볶이 천 그릇 가지고는 안되겠다. 더 열심히 일해서 2천 그릇을 팔아야지!'


철수씨는 정말로 더 열심히 일했다. 주말까지 반납한 채 하루 종일 땀을 뻘뻘 흘리며 떡볶이를 만들었고, 결국 떡볶이 2천 그릇을 파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대망의 말일, 철수씨는 기대에 가득찬 심정으로 장부를 열어보았는데··· 어라? 마이너스 구십만원? 철수씨는 속상하다 못해 황당한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나는 더 열심히 일해서 떡볶이를 더 많이 팔았는데 왜 손실이 더 커진거야? 이게 말이 돼?'



전통적인 손익계산서의 함정


철수씨의 가게에 누가 못된 마법이라도 부린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철수씨네 떡볶이 가게의 수익 구조에 따르면, 철수씨는 떡볶이를 더 많이 팔수록, 즉 더 열심히 일할수록 더 빨리 망한다. 차라리 가게 문을 열어놓고 집에 누워있는 편이 수익 측면에서 더 나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8월 한 달동안 철수씨는 본인의 무덤을 이전보다 더 열심히, 신나게, 아주 빠르게 파고 있었던 셈이다. 단순히 웃어 넘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이 실제 내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아찔해진다.


우리는 철수씨 가게에 벌어진 황당한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공헌이익(Contribution Margin)이라는 개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에서 총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이다. 혹은, 한 단위 기준으로 나타내면 판매 가격에서 단위당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을 뜻한다.


공헌이익

= 매출(P x Q) - 총 변동비(VC x Q),

혹은 판매 가격(P) - 단위당 변동비(VC)

*Q는 판매량, P는 단위당 가격을 의미하며 VC는 variable cost의 약자


철수씨가 만든 손익계산서를 함께 보자. 떡볶이 한 그릇당 가격은 1,500원, 한 그릇당 매출원가는 1,000원이라고 가정한다(법인세, 영업 외 수익 및 비용은 없다고 가정).


<손익계산서 해석하기>

· 괄호( ) 안의 숫자는 마이너스 값을 뜻한다.
· 매출원가는 떡볶이를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투입된 재료값(떡, 오뎅, 고추장 등)이다.
·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차감한 금액이다.
· 판매관리비는 직원 월급, 홍보비, 포장비 등 매출원가를 제외하고 제품의 판매, 기업의 관리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뜻한다.
· 당기순이익은 매출에서 모든 비용을 차감한 후 남는 금액이다.



기업이 작성하는 아주 전형적인 형태의 손익계산서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우선 차감하고, 판매관리비를 차감해서 당기순이익을 구한다.


철수씨는 장부를 올바르게 작성했다. 그리고 7월과 8월의 매출총이익을 비교해보면, 떡볶이를 1,000개 팔았을 때보다 2,000개 팔았을 때 정상적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철수씨가 8월 말에도 여전히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한 채 매출총이익만을 보고 다음 달에는 떡볶이를 3,000그릇 팔겠노라 다짐했다면, 철수씨는 8월보다도 더 큰 손실을 맞이했을 것이고, 결국 눈물과 함께 떡볶이집과의 작별 인사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분명 매출총이익은 판매량 증가에 비례하여 늘었다. 그런데 당기순이익은 대체 왜 더 줄어든 것일까?


늘어난 판매관리비에 주목해보자. 판매관리비는 고정비변동비로 나눌 수 있다.


철수씨는 가게의 판매관리비를 분석해보았고, 가게 월세 300,000원과 그릇당 800원인 떡볶이 포장 비용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때 가게 월세는 고정비고, 떡볶이 포장 비용은 변동비다. 월세는 떡볶이 판매량과 관련 없이 매달 일정한 반면, 떡볶이 포장비용은 떡볶이 한 그릇이 더 팔릴 때마다 그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이다.


철수씨가 분석한 판매관리비 내역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위 전통적인 형태의 손익계산서를 공헌이익을 나타내는 손익계산서로 재구성해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적인 손익계산서는 영업 비용을 제품 제조에 직접적으로 투입되는 매출원가와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판매관리비로 비용을 구분한 뒤 순차적으로 차감하여 매출총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산출한다.


반면,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는 영업 비용을 고정비용변동비용으로 구분한 뒤 순차적으로 차감하여 공헌이익과 당기순이익을 산출한다.


여기서 간단한 질문이 있다. 철수씨 가게의 매출원가는 변동비일까, 고정비일까? 떡볶이 가게의 매출원가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답변이 쉬워진다. 떡볶이, 오뎅 등 재료비는 당연히 떡볶이가 많이 팔릴수록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므로, 변동비에 속한다. 다만 사업 유형에 따라 매출원가에 고정비가 포함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철수씨 가게의 공헌이익 손익계산서는 다음과 같이 만들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손익계산서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마이너스 값의 공헌이익을 확인해볼 수 있다. 공헌이익이 마이너스 값이라는 것은, 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단위당 공헌이익으로 생각해보면 더 직관적이다. 떡볶이 한 그릇당 판매가가 1,500원이고 변동비가 1,800(=1,000+800)원이므로, 철수씨는 떡볶이 한 그릇을 팔 때마다 300원씩 손해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떡볶이를 한 그릇 더 팔수록 300원씩 손실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떡볶이를 더 많이 판매한 8월에 더 큰 손실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극단적으로, 철수씨가 두 달 내내 뒹굴거리며 놀기만 했다고 하더라도 매출이 0원, 변동비 0원, 공헌이익이 0원, 고정비 300,000이 지출될 것이므로 당기순이익은 한 달에 (300,000)이 된다. 철수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떡볶이를 천 그릇, 2천 그릇을 판매한 7월, 8월의 당기순이익보다 오히려 손실이 적은 어처구니 없는 결과다.


이것이 바로 공헌이익 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가게나 기업의 판매량이 아주 중요한 지표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전에, 내가 팔고 있는 제품이 과연 +값의 공헌이익을 가지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만약 철수씨가 7월에 본인의 떡볶이 판매가 -값의 공헌이익을 가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손실에 대한 개선책은 '떡볶이를 더 많이 파는 것'이 아닌, '재료나 포장용기를 더 싼 값으로 매입해 변동비를 줄이는 것', 혹은 ‘떡볶이 값을 올리는 것’이 되었을 것이다.


공헌이익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단위당 공헌이익이 +값을 가진다면,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총 공헌이익은 증가하여 고정원가를 보상하게(상쇄하게)된다. 따라서 공헌이익은 고정원가를 보상하고, 추가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데 공헌한다. 이것이 바로 '공헌'이익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다.


쉽게 말해, 단위당 공헌이익은 제품 하나를 팔 때마다 들어오는 돈이며, 이 돈이 고정비를 먼저 메우고, 그리고도 남으면 우리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수한 이익이 된다.


공헌이익은 기업의 손익분기점(BEP)을 계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익분기점은 매출액이 총비용과 같아져 이익도 손실도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공헌이익 분석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헌이익이 고정비와 같아지는 시점이 바로 손익분기점이 된다.


· 공헌이익 < 고정비: 영업 적자

· 공헌이익 = 고정비: 손익분기점

· 공헌이익 > 고정비: 영업 흑자


또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값이더라도 공헌이익이 +값을 가진다면(철수씨의 떡볶이 가게와 반대의 경우) 해당 기업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마케팅 등의 수단을 통해 판매량이 충분히 늘어난다면, 고정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건전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헌이익 분석은 기업의 수익성을 정확히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당신의 사업은 안녕하신가요?


철수씨의 사례는 결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이며, 어쩌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공헌이익에 대한 이해는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과 '똑똑하게' 일하는 것의 차이를 만든다. 혹시 내 사업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있다면, 단순히 "더 열심히!"를 외치며 달리기보다는 오히려 잠시 멈춘 뒤 내 사업의 수익구조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수립하는 것이 늪을 탈출하는 지름길일지 모른다.


무작정 열심히가 능사는 아니다. 갯벌에 빠졌을때 탈출하려고 열심히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꼭 사업과 돈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한다.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의 방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분석해보자. 이 작은 습관이 먼 미래에 내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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