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질은 사랑이고, 아바타는 가계부다

눈물의 레어템과 엄마의 카드값

by ClaireH


나도 중학생 땐

만화책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다.

그때는 TV보다 만화책, 만화책 보다 잡지,

잡지 보다 웹 소설!

그땐 진짜 그랬다.


귀여니, 꽃보다 남자, 나나, 꽃이 되자…

학교 끝나고 책방에 들려

책 빌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으니까.


그리고 게임!!!!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포트리스,

카트라이더, 퀴즈퀴즈, 심즈, 디아블로…

명작들의 시작을 같이 했으니!!

엄마의 등짝 스매싱은 덤이었지만

“10분만 더!” 하다가 욕먹고

끌려 나온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아이들 게임 시간 줄이자며

눈을 부릅뜨는 그때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DNA란 게 진짜 무섭긴 무섭다.





첫째 아현이를 낳았을 무렵,

그땐 아기에게 핸드폰 보여주는 게

안 좋다는 인식이 강했다.

근데 얘가 식당에서 밥을 안 먹는다?

편식은 기본이요, 음식엔 관심도 없으니

결국 핸드폰을 꺼내게 됐다.

어른들은 먹어야 하지 않은가!?


둘이 되었을 땐 ,

아이패드 한 대로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

결국 하나 더 사줬고,

그 후로는 평화로운 현질 세계가 열렸다.


Roblox 입문 후,

소리 지르며 코인 벌고 , 아이템 사고

아바타 꾸미기 삼매경.

가상세계에서 친구랑 물건 거래하며

예쁜 옷, 반짝이는 머리, 희귀템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도 물론 유행이지만,

초창기엔 진짜 어마무시했다.

서버에 사람이 꽉 찼다는 문구를 처음 본 게 그때다.


그러던 어느 날,

아현이가 게임을 하던 중 표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눈물을 ‘도르륵’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엄마… 어떡해…….”


“뭐가 어떡해???”


“내 아이템이…… 엉엉…… 구어를낰……”


“뭐라고???” (진심으로 못 알아들음)


레어템을 어떤 놈(어른 추정)이 마음에 든다며

말을 잘 돌리고 유인해서,

아이템을 받아먹고 그대로 잠수.


아현이는 울고, 나는 당황하고.

누가 들었으면 뭐 큰일 난 줄 알았을 거다.


인생이 쓰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되는 거야 “, 더욱이 가상세계에선 ”


그 순간 나는

“울지 마라. 그걸로 인생 배운 거다.”

라며 T(Thinking) 형 인간답게 말해버렸고,

아이는 더 속상해졌다.




하지만 나도 속상했다.

아이는 울고 있는데,

가상세계라 경찰도 안되고, 되찾을 방법도 없고

그 아이템을 얻으려고 얼마나 게임을 했을지,

조용히 울던 그 마음… 얼마나 서러웠을까.

엄마한테조차 말을 못 하고 참다 참다 터져버린 거잖아.


입이 삐죽 나온 아현,

엄마의 필사기 카드를 다시 꺼냈다.

참… 이럴 땐 또 현질로 마음을 풀게 하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던 주아.

언니 덕분에 보너스 아이템까지 득템 완료.

(언니가 울어야 내가 이득이다 , 이미 주아는

사회생활 만렙 )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른들이 아이인 척 접근해서

아이템을 ‘도와준다’며 먹튀 하는 사건이 꽤 많더라.

그중엔 진짜 프로처럼 접근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진심 무섭다 싶었다.


지금은 둘 다 조금 컸고,

게임에 대한 집착도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둘째는 여전히 혼잣말로 열심히 중얼중얼 중.

“어? 이거 사면 저거 살 수 있는데…”

“아 이건 좀 손해인데… 음… 일단 사.”


그리고 한몫 더해

우리 막내도 이제 게임 입문.

에휴… 그냥 이건 ‘소근육 발달놀이’라고 부르자.

(발달임은 분명함…)




게임 하나에 울고 웃는 아이들.

그리고 그걸 보며 오늘도 지갑을 여는 나.


결국…

현질은 사랑이고,

아바타는 우리 집 가계부의 거울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부모님들,

오늘도 게임 충전은 무사히 하셨나요?


소근육 발달 놀이중..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