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있나요?”
대리운전을 여자가 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내 친한 친구도 한창 한인들이 시드니에 많을 때 헬퍼로 대리를 도왔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보며 나도 운전에 거부감은 없었다. 그 당시 여자 대리기사도 종종 있었기에 선입견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매번 손님들이 빠지지 않고 묻던 질문이 있었다.
“안 힘드세요? 여자분이 택시를 다 하시고… 위험하실 수도 있는데.”
그 말은 택시보다 대리를 뛰던 첫날, 곧장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 당시 운전 경력은 6~7년 정도.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운전에 자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더군다나 남의 차를 운전한다는 건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사장님께 “당분간은 택시만 하겠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없다고 꼭 한 번만 부탁을 하셨다. 실은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았던 손님이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대리 차 두 대를 부르셔서 제가 앞에서 손님 차를 몰 겁니다. 천천히만 따라오시면 돼요. 손님들에게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주소를 받고 도착한 곳은 골프장이었다. 대낮부터 술 한잔씩 기분 좋게 걸친 중년 아저씨들. 장소를 옮기려며 대리를 부른 것이었고, 차는 하나같이 값비싼 수입차였다.
심장이 터져 나간다는 게 이런 걸까. 손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도살장에 끌려온 개처럼 머리가 하얘졌다. 어디에 무슨 버튼이 있는지, 내비는 어떻게 켜야 하는지… 생각이 뒤죽박죽 섞였다.
그때, 옆자리에 있던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이 첫날이라고?”
“아… 예. 죄송합니다. 손님 차는 처음이라, 이렇게 비싼 차도 처음이라서요.”
“아이고, 이렇게 하면 돼.”
다른 손님이 거들며 웃었다.
“괜찮겠어? 이러다 우리 다 골로 가는 거 아냐? 하하하!”
“천천히,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단 마음으로 출발 후, 속도감이 어느 정도 붙자 고요했던 차 안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그 순간, 나의 긴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말이 들려왔다.
“아가씨, 그럼 여기는… 서비스가 있나???”
“네???? 서비스요???”
내가 놀라 눈을 크게 뜨자 옆자리 손님이 바로 제지했다.
“아유, 아가씨 놀래게 왜 그래! 그런 말 좀 하지 마!”
나는 모른 척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다. 잘못 들었기를 바랐지만, 아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이 받았다. ‘아, 이게 성희롱이구나.’
돈이 궁해 일을 시작했지만, 그 ‘서비스’까지 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 참. 다른 손님들이 “위험할 수 있다”라고 했던 걱정이 이제야 이해됐다.
알고 보니 그 손님들은 대리업계에서 소문난 진상 중의 진상. 다행히 나는 그들의 친구 차를 맡아 그나마 무난히 끝났지만, 그날은 고스란히 신고식이었다. 사장님도 너무 미안하다며 사과를 대신해 주셨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대리 첫 번째 날,
사장님은 “이젠 대리할 수 있겠죠?”라는 말로 줄줄이 나에게 대리를 맡겼다. 값비싼 수입차로 시작해 마지막엔 수입 오픈카까지 , 화려했지만 씁쓸했던 나의 첫 대리기사 신고식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