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알아버린 대가
나의 대리기사 첫날은 진짜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이 끊이질 않았다.
첫 손님을 겨우 내려드리자마자 바로 다음 콜이 들어왔고, 주말이라 줄 대기라고 했다.
멀리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는 손님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어? 클레어 씨! 대리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나의 택시 단골손님이었다. 늘 예의 바르고 유쾌하고, 팁도 두둑하게 챙겨주던 분. 기사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말 그대로 ‘팁의 왕’이었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으셨다. 하지만 그분도 웃으며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늘 팁을 줘야 한다는 부담,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는 번거로움… ‘팁의 왕’이라서 생긴 무게도 있었던 거다.
그다음 손님은 분위기가 달랐다.
수입 오픈카를 타고 나타난, 스스로를 “주식의 왕”이라 자부하는 남자였다. 그는 뛰어난 언변능력을 갖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면서 살짝 위트가 있고 , 깔끔해 보였다.
“여자분이 대리도 하시네요! 생활력 진짜 강하시다~”
“감사합니다.”
“혹시 주변에 괜찮은 분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결혼할 사람 찾고 있거든요.”
그의 말에 나는 단명한 친구가 떠올랐고, 결국 소개팅이 성사되었다.
처음엔 그저 가볍게 나가보자던 친구였는데, 막상 만남 자리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두리뭉실한 대답, 불확실한 미래 이야기. 나는 좀 불안했지만 친구는 오히려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며칠 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내가 태우던 노래방 도우미 아가씨가 그의 실체를 알고 았었던 것이다.
“그분, 우리 가게에 별명이 장스타예요. 손에 꼽힐 정도로 큰손이에요. 아마 주식한다 하지 않았어요? 요즘 비자 줄 여자 찾으러 다닌다고 그러던데. 로즈 쪽 살고…? “
”!!!! 벤츠 오픈카!?!?!”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몰라도 될 걸 알아버린 순간이었다.
나는 그에게 사실대로 친구에게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발끈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욕했고, 술자리에서는 “여자애가 대리나 하는 주제에…”라며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손찌검까지 하려는 걸 사람들이 말려야 했다.
더 충격적인 건 내 친구였다.
그 모든 걸 보고도 그를 감싸 안았다. 이미 마음이 그에게 가 있었던 거다.
그때 깨달았다.
우정도, 진실도 그녀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한 건 그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물러났다.
친구를 잃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가 알고도 침묵했다면, 어쩌면 나에게 엄청난 큰 상처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지금도 생각한다.
돈과 허세로 치장한 남자를 사랑이라 믿고 떠나간 그녀에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그날의 사건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걸까?
다음 대리 기사 썰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