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빈 자리뿐 Memory Backup
소설을 다 쓰고 나니,
묘하게 마음이 조용했다.
끝났다는 감각 때문이라기보다,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허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허구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읽으며 웃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페이지를 넘기며
자기 안의 오래된 상처가 건드려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야기는 해석보다 남음으로 완성되니까.
그렇게,
이 소설을 마무리한 뒤
나는 음악을 남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정리되지 않는 감정,
이미 지나갔지만 여전히 나를 잡고 있는 어떤 순간들.
그 모든 것들이
음표의 사이사이,
숨과 숨 사이,
멜로디가 잠시 멈춰 서는 그 틈에 머문다.
소설이 진실을 말하는 방식이 단어라면,
음악은
말하지 못한 진실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어쩌면
이 음악은 누군가에게
이별의 여백을 닫는 문장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다시 열어서는 안 되는 문을 두드리는 노크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남긴다.
왜냐면
우리는 모두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 하나쯤은
조용히 보관한 채 살아가니까.
그리고 언젠가—
아무 예고 없이
이 멜로디가 떠오른다면,
그때는 미련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다.
“그건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감정이야.
그러니까 살아 있었던 거지.”
이 소설은 끝났다.
하지만 감정은,
여기서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그건 작품의 결함이 아니라,
사람의 구조다.
— 기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