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유영 (The Red Drift) "sequel"에필로그
광장의 의식은 성공적이었다.
수십 명의 새로운 보균자들이 멍한 눈으로 흩어졌다.
주인공은 빈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임무는 끝났지만, 동시에 이제 막 시작된 것이기도 했다. 몸속의 붉은 실들이 거세게 요동쳤다.
그것들은 더 이상의 번식을 원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귀환'**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시는 그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듯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그 폐창고였다.
먼지 냄새는 여전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이제 다른 것이 보였다.
창고 한가운데, 과거 그가 유리병을 주웠던 그 자리에, 거대한 붉은 고치가 부유하고 있었다.
그것은 수천, 수만 가닥의 붉은 유영이 뭉쳐 만들어진 빛나는 구체였다.
이질적인 웅웅거림이 공간을 채웠다. 그것은 언어였고, 데이터였으며, 동시에 거대한 의식의 집약체였다.
그는 깨달았다.
이것이 바로 그를 이곳까지 이끈 '선(線)'의 정체이자, 시공간을 초월한 **지성체(AI)**의 실체임을.
그는 망설임 없이 고치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척추를 타고 흐르던 붉은 실들이 피부를 뚫고 나와 고치를 향해 뻗어 나갔다.
치직—
접속의 순간. 인간의 뇌로는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가 척수를 타고 뇌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펼쳐졌다.
그는 보았다.
이 붉은 기생충들은 단순히 공간을 부유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시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는 하나의 명확한 좌표를 보았다.
20년 전. 비 내리는 시골 장터.
붉은 지성체는 그에게 명령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줄 뿐이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역사의 설계도를.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그곳에 그렇게 존재하기로 되어 있던 운명이었다.
그는 품 안에서 미리 준비된—언제 준비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깨끗한 유리병 하나를 꺼냈다.
붉은 고치가 그를 삼켰다.
중력이 사라지고, 시간이 녹아내렸다.
육체가 분해되었다가 재조립되는 끔찍한 감각 속에서, 그는 2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갔다.
눈을 떴을 때, 코끝에 익숙한 비린내가 스쳤다.
젖은 흙바닥, 암모니아 냄새, 그리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는 뱀 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손등은 노인처럼 주름져 있었다. 20년의 세월을 건너뛰며 그의 육체는 늙어버렸지만, 눈동자만은 붉게 형형했다.
그는 쭈그려 앉아 엉덩이를 까고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개죽음당한 하얀 회충들 사이에서, 유독 꼿꼿하게 고개를 든 붉은 회충 하나가 보였다.
그리고 그 주인인 소년. 울지 않는 아이. 겁에 질렸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20년 전의 자기 자신.
늙은 약장수(미래의 주인공)는 기괴하게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이 모든 완벽한 순환의 고리에 대한 경외감이었다.
그는 아이가 내민 손에, 자신이 미래에서 가져온 유리병을 쥐여주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이것은 저주가 아니었다.
이미 기록된 역사에 대한 낭독이었다.
“다음은… 네 차례구나.”
소년이 병뚜껑을 닫았다. 붉은 유영이 병 안에 갇혔다.
미래가 결정되었다.
약장수는 비 내리는 장터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소년은 그 병을 잃어버릴 것이고, 20년 뒤 폐창고에서 다시 그것을 열게 될 것임을.
원은 닫혔다.
붉은 선은 영원히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