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후라이드 치킨을 먹다, 의심부터 삼킨 날
치킨은 원래 생각 없이 먹는 음식이다.
손에 기름 묻히고, 말 줄이고, 계산도 멈춘 채 씹는 음식.
그래서 치킨 앞에서 “이거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는 건,
이미 그 치킨은 실패한 상태다.
안목해변.
바다를 끼고, 커피 냄새와 관광객이 섞이는 곳.
오늘은 바다가 아니라 치킨을 시켰다.
후라이드 치킨. 가장 단순하고, 그래서 가장 숨길 게 없는 메뉴.
첫 입이 이상했다.
맛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맛이 없다는 감각조차 애매했다.
기름 맛은 있는데 닭 맛은 없고,
씹히는 건 바삭한데 남는 건 공허했다.
순살을 갈라보니 안쪽이 어두웠다.
검붉은 색.
기분 나쁜 색은 늘 이유보다 먼저 감정을 건드린다.
“이거… 괜찮나?”
뼈도 눈에 걸렸다.
정상적인 뼈의 색이 아니었다.
밝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회흑색.
설명은 할 수 있어도, 납득은 되지 않는 색.
겉튀김은 지나치게 두꺼웠다.
닭보다 튀김이 앞에 나서 있었다.
마치 “안쪽은 보지 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때부터 먹는 행위는 식사가 아니라 판별이 됐다.
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의심을 씹고, 불안을 삼키고, 이유를 찾는 과정.
치킨은 원래 이런 음식이 아니다.
의심 없이 뜯고,
설명 없이 넘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음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치킨은
끝까지 먹지 못했다.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몸이 멈추라고 해서.
치킨이 얼마나 한다고.
이 말은 가격을 낮추는 말이 아니라
기대의 최소선을 말하는 문장이다.
치킨은 비싸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먹다 포기하게 만들 권리는 없다.
오늘의 후라이드 치킨은
맛이 없어서 실패한 게 아니라,
신뢰를 잃어서 끝났다.
그리고 치킨에서
신뢰가 무너지면,
그날 식사는 거기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