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행정의 AI 전환, 얼마나 현실적일까?

by 명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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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AI 전환 드라이브


‘AI 기본사회’, ‘모두의 AI’를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이 어느덧 5개월이 되어간다. 새정부가 지난 8월 발간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이라는 문서는 임기 5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펼칠지를 제시하고 있다. 정말 다양한 산업과 정책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문서인데, 가장 먼저 제시하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AX’이다. AX는 AI Transformation의 약자로, 예전의 ‘디지털 전환’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산업에 AI를 접목하여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미이다. 경제 부흥을 위한 30개의 선도프로젝트 아이템 중 무려 절반인 15개가 AX에 해당할 정도로, 정부의 AI 전환 드라이브는 강력하다.


15개의 AX 아이템 중 필자의 눈에 띄는 것은 공공서비스 영역이다. AI 복지․고용, AI 납세관리, AI 신약심사를 추진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는데, 복잡하지만 정해진 기준에 의해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 업무를 AI로 자동화하여 업무를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정부는 매우 구체적인 아이템을 제시하면서 AI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확산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아예 “AI 정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예산이 투입되고 세부적인 계획이 마련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AI 정부를 시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AX의 선결 조건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전산화’이기 때문이다. 목적이 무엇이든,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 공공행정은 상당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UN은 세계 전자정부 발전지수라는 걸 측정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세계 4위다. 최근에 약간 하락해서 4위인 것이며, 2010~2022년간 세계 3위 내를 유지한 바 있다.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어서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신분 인증 서류를 클릭 몇 번 하면 즉시 발급받을 수 있는 나라가 세계에 몇이나 있을까? 운전면허증을 시험 합격 당일에 바로 발급해주는 나라는? 결정적으로 우리는 코로나19 기간동안 전자정부의 큰 혜택을 보았다. 백신접종 예약, 비대면 병원 진료 및 약 처방, 재난지원금 신청 등 폭증하는 민원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것들이 다 가능한 것은 공무원들의 손이 빨라서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IT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전자정부 구축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고, 2002년 본격 출범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최근 정부는 이번 달 1일부로 통계청을 ‘국가데이터처’로 승격시키기도 했다. 공공서비스의 전산화에서 데이터 기반의 행정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미 시작된 AI 공공서비스


지금까지의 전자정부 서비스는 마치 오프라인에서만 영업하던 가게가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여 운영하기 시작한 것과 비슷하다. 구글은 AI를 “컴퓨터에서 음성 및 작성된 언어를 확인, 이해, 번역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추천하는 기능을 포함하여 다양한 고급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생각해보면, 서류 발급과 같은 단순 정보제공은 AI라고 보기는 어렵고, 민원인이나 사회의 수요를 컴퓨터가 이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뭔가 추천 또는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화제가 되기 전부터, 정부는 ‘빅데이터’라는 키워드 하에 공공서비스의 AI 적용을 시도해왔다. 「공공부문 AI 도입현황 연구(2023)」에 따르면, 국내 공공 부문의 AI 시스템 구축 용역은 2013년 이후 연평균 63.7%씩 빠르게 증가했고, 전체 ICT 개발 용역 중 11.4%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보자. 2021년 발간된 「공공부문 데이터 분석·활용 우수사례집」을 보면, 서두에 소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하는 3개 공공행정 AX 선도과제 중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체납세금 징수 AI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400만 명이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다고 한다. 고의로 안 내는 사람, 돈이 없어서 못 내는 사람, 세금이 부과된 줄 모르는 사람 등 이유는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을 기계학습 모델에 학습시켜 새로운 체납자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응방안(안내문 발송 또는 압류, 독촉 등)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결과는? 실제로 체납자의 납부율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한다.


또다른 흥미로운 예시는 돌봄센터 수요 예측 AI다. 2021년부터 새 아파트 단지에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을 맡길 수 있는 ‘다함께돌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러면 돌봄센터를 얼마나 크게 만들어야 할까? 지역 특성, 아파트 세대수, 근처 학교나 돌봄시설의 규모와 위치 등 여러 변수가 있을 것이다. 전국의 다양한 아파트 단지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예측 모델을 만들어보았더니, 꽤 정확한 돌봄센터 규모를 추천해주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프로토타입들을 발전시켜 2026년에 AI 세무상담을 도입하고, 2027년에는 홈택스를 전면 개편해서 납세신고와 신청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그리고 복지나 고용 관련해서 개인 상황에 맞는 적합한 서비스를 연중무휴 운영하고, 신약 심사도 AI를 이용해서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한다.


AI와 공공서비스의 핏: 안정성, 신뢰성 대 편의성, 혁신성


이러한 계획들이 실행되어 정말 AI 서비스라고 불러줄만한 무언가가 출시된다면 정말 고무적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서비스의 AI 적용은 사실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공서비스는 무엇보다도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매우 편리하고, 이른바 ‘와우 팩터’(“우와 신기하다!”를 외치게 되는)가 크지만, 공공서비스는 그것이 개인에게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민원인이 AI 챗봇에게 주민등록초본을 요청했는데 초본이 아닌 주민등록등본을 발급해주는 바람에 중요한 서류 제출이 잘못되어 피해를 보게 된다면, AI 도입에 대한 비판이 빗발칠 것이다.


현재의 LLM(대규모 언어모델, AI와 거의 동치로 사용되고 있는)은 동일한 질문에 다른 답을 하거나, 아예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환각 현상)가 있다. 이런 기술이 일반적인 공공서비스와 과연 잘 어울릴까? 게다가 최근 정부의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인해 수백 개의 공공서비스가 중단된 사건, 민간에서도 AWS(아마존웹서비스) 장애로 광범위한 불편이 초래된 일을 생각해보면, 공공행정의 AI 전환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안정성과 신뢰성이 편의성과 혁신성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기대치, 그것이 깨졌을 때의 불만족, 실망감은 그 어떤 민간 서비스보다도 크다.


따라서 AI는 당분간 공공행정에서는 제한적인 영역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차 민원 응대를 위한 챗봇, 내부 협업용 AI 도구, 내부적인 데이터 분석 및 의사결정 지원과 같은 업무에 말이다. 기존의 ‘빅데이터 분석’이 보다 강화된 수준으로. 아직 민간에서도 AI 에이전트는 주로 기업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쓰이고 있고, 사용자에게 원스톱 통합 경험을 제공하는 에이전트는 아직 실험 단계다. ChatGPT의 에이전트 기능을 써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공공서비스를 통합해주는 만능 AI 에이전트 같은 건 아직은 기대하기 이르다.


그럼에도, 정부의 공공행정 AI 전환 드라이브는 의미가 있다.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고,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공공 분야의 AI 리터러시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혹시 아는가? 어쩌면 이것이 공공 분야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체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지도.



본 글은 H:AI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