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편견에 대한 현대적 우화
*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토피아' 부가영상에서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 제작진이 사전 연구를 진행했던 장면들이 나온다.
먼저, 여러 동물들의 행동 양식을 조사하였다. 디즈니 동물의 왕국 테마 공원을 포함하여 심지어 아프리카로 날아가 동물들을 직접 관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 동물들의 특징을 살린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의 직업까지도 매칭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누 떼가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는 모습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많은 누들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코를 손처럼 쓰는 코끼리의 모습도 그대로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케이프 물소는 실제로 기억력이 좋아 잊지 않고 용서도 없다고 하는데 이러한 습성을 경찰 서장이라는 직업에 딱이라고 생각하여 매칭하였다고 한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은 여러 동물들이 등장할 때 어느 정도 비율을 맞추어 모델링한다. 예를 들어, 사자와 생쥐가 함께 나오는 작품에서는 사자는 줄이고, 생쥐는 크기를 키운다. 하지만, '주토피아'에서는 동물들 사이의 크기 비율이 실제와 어느 정도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 동물들이 사용하는 물건들 또한 비율이 다르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기린이 타는 자동차와 쥐들이 타는 자동차는 생김새부터 크기까지 모든 부분이 다르게 그려진다. 이러한 부분들은 관객에게 실제 동물의 사회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선사한다.
실제 비율을 반영함으로써 애니메이션에서는 주디 홉스의 상황을 더욱 효율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다. 토끼인 주디 홉스가 처음 주토피아에 발을 내디뎠을 때, 모든 것이 거대했다. 아직은 도시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의 미숙한 모습과 토끼 경찰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보는 주위의 시선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제작진들은 주토피아라는 거대한 세상을 창조해야 했다. 여러 동물들이 살아가는 곳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여러 회의를 하던 제작진은 실제 동물들이 종으로 영역이 구분되는 것이 아닌 기후에 따라 영역이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각각의 기후에 따른 구역을 나누어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존이라는 키워드에 맞추어 각 도시들을 연결하였다고 한다.
주디가 열차를 타고 주토피아에 들어갈 때 지나가는 구역을 보면, 사하라 > 툰드라 지대 > 열대우림을 지나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으로 들어간다. 사하라 지대와 툰드라 지대의 경계는 마치 커다란 에어컨으로 나뉜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인데, 에어컨은 한쪽은 시원해지지만 다른 쪽에서는 열을 바깥으로 빼고 있기 때문에 뜨거워진다. 또, 툰드라 지대의 얼음은 다시 녹아 비로써 우림 지역에 쏟아진다. 이처럼 만약에 동물들이 기술을 이용해 각자에게 맞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진지하고 재미있게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원래 초기 구상에서는 닉이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주토피아의 맹수들은 성인이 되면서 목에 칼라를 차는 설정이었다고 하는데, 야수성이 나올 때마다 전기 충격을 통해 동물들을 통제하는 사회 시스템을 그리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과 냉소적인 성격의 '닉'이 주인공이 된다면 전체적인 애니메이션의 톤이 너무 비관적이고 냉소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밝고 희망찬 성격의 주디를 주인공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디가 꾸었던 꿈이 얼마나 아름답고 대단했던 것인지와 그러한 사람도 쉽게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주토피아'는 현대 사회를 우화의 장르로서 풍자한다.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 수사극을 띄고 있지만, 여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가볍게는 느려터진 공무원들의 모습이다. 주디와 닉이 찾아간 주차관리국은 모든 공무원들이 나무늘보로 묘사되어 있다. 물론 캐릭터의 매력은 충분히 어필되었지만, 실제로는 공무원들의 일 처리 속도를 비판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실제 사회의 모습을 동물의 습성과 교묘하게 매칭시키고 있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주인공인 '주디 홉스'를 경찰관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보통은 경찰이 주인공이라면 공권력을 이용해서 범인을 잡는 모습을 그려야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경찰로서 사건을 해결하지 않았다. 처음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시점에서 '주디 홉스'의 임무는 주차 단속을 하는 것이었고, 아직 경찰관으로서도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엄밀하게 말해서 그녀는 아직 경찰 신분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그녀를 도와 함께 수사를 하게 되는 '닉 와일드' 또한 경찰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사기꾼이라고 묘사되지만, 사기꾼이라기보다는 도시에 더욱 잘 적응한 선배의 포지션으로 느껴졌다.) 다시 말해 이 둘은 경찰이 아닌 신분으로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은 주인공의 수사를 방해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실제 사회의 문제들을 경찰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주디와 서장의 입을 통해 경찰은 본래 시민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봉사해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실제 사회는 시민들의 공포와 분열을 통해 발생하는 수많은 범죄가 경찰을 벌어먹이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애니메이션은 분명하고 일관되게 차별과 편견에 대한 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처음 주디는 기차를 타고 주토피아로 들어가는데 이 장면은 매우 아름답게 묘사되었다. 그 이유는 주디가 유리창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본 주토피아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기차가 아닌 실제 주토피아 내부에서 마주한 풍경은 이상향과는 거리가 먼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모습의 사회였다.
영화는 우리 안에 있는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본성은 '두려움'이다. 현대인들의 마음속에도 항상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공포는 점점 불안과 혐오로 바뀌게 되고 나아가 공격성까지 띄게 된다. '주토피아'가 현대의 사회를 표상한다고 할 때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인종과 직업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얽혀 살아간다. 미디어에서 다른 인종의 사람이 범죄를 일으키면 우리는 싸잡아서 그들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다가,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혐오나 편견이 앞으로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는 마음속에 본능으로써 존재하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모든 게 될 수 있다.'라는 주디의 말은 어떠한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로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이 쉽게 편견에 휩싸일 수도, 사회에 위협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느껴진다. '닉'의 케이스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변에서 보내는 편견과 차별의 시선이 되려 그 사람을 맹수로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주토피아'의 독특한 점은 빌런을 '양'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양은 초식동물로서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이라고 생각이 된다.(이 또한 편견이지만...) 극 중 벨웨더는 계속해서 자신을 약한 존재라고 표현하며, 약한 짐승끼리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초식동물의 숫자가 더 많았으며 이러한 메시지는 역으로 정치적 선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정 동물(인종)은 온순하고, 어떤 동물은 흉포해질 수 있다는 편견은 역으로 소수의 사람들을 탄압하고 합법적으로 차별을 하도록 만드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누군가 자신들이 약하니 보호가 필요하다고 집요하게 외치는 이야기에 한 번쯤은 뒤집어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여러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벤자민 클로하우저'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본래 동물들의 습성을 따라 직업을 선택하거나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짐승의 본능이 '공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 애니메이션에서 '클로하우저'는 가장 자신(치타)의 본능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주변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