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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1부 — 눈빛의 언어, 마음의 교감

by 신피질

개의 가축화는 인류와 동물의 관계 중 가장 오래되고 깊은 변화이다. 아직도 그 과정이 연구 중이다.

가장 유력한 설은 약 2만 년~4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기 전 유라시아에서 시작되었다. 가축화는 인간이 늑대를 잡아 길들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늑대가 인간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인간이 사냥 후 남은 찌꺼기를 버렸고, 일부 늑대들은 이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공격성이 적은 늑대들이 생존에 유리해졌고 점차 온순하고 사회성 높은 개체들이 선택되어, 세대를 거치면서 개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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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화 과정에서 개는 늑대와 뚜렷한 생물학적 변화를 했다. 코르티솔 스트레스가 감소하며 온순한 성격으로 변화했고, 인간 식생활에 적응하면서 사회적 교감, 표정 발달 및 탄수화물 소화 능력이 증대되었다. 초기 개는 인간의 사냥파트너이자 경계경보 시스템, 인간이 버린 폐기물 처리자의 역할을 했다. 이후 농경이 정착하면서 경비, 목축, 운반, 감정적 교감의 역할로 점차 진화했다.


개는 인간보다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이 더 발달했다.
사람의 눈빛, 손의 움직임, 목소리의 떨림을 알아차린다. 즉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 반려견이다
개의 가장 뛰어난 감각은 후각이다. 인간에게는 약 5백만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지만, 개의 코에는 약 2억 2천만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어 인간보다 10만 배 더 냄새를 잘 맡는다. 또 냄새 정보만을 처리하는 뇌 영역의 비율이 인간보다 40배나 크다.

개는 모든 것을 후각 신호, 즉 냄새로 이해한다. 냄새는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삶의 모든 기억이고 시간이다. 누가 이 길을 지나갔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심지어 상대의 감정 상태까지도 냄새로 읽는다.


개가 산책하면서 냄새를 맡는 것은 정보 수집 시간이다. 누가 언제 지나갔는가? 개는 소변 냄새만으로 다른 개의 성별, 발정기 여부, 스트레스 상태까지 구분한다. 새로운 물체 낯선 사람 위험요소등 환경 변화도 감지한다. 개에게 산책은 신문 읽기나 뉴스 확인 같은 것이다. 또 냄새 맡는 행위 자체가 개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냄새를 분석하는 동안 뇌의 보상중추가 활성화되어 즐거움을 느낀다. 산책 시 냄새 맡게 두는 것이 개의 정신간강에 중요하다. 개는 냄새를 통해 사람을 기억하다. 보호자의 채취는 개에게 가장 안심되는 냄새이며 오랜 시간 지나도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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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능력은 의학 연구에서도 활용된다.
훈련된 탐지견은 사람의 숨이나 땀, 소변에서 폐암,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마약 탐지견 및 경찰견, 사냥개등은 냄새를 통해서 목표를 발견한다. 정확도는 90% 이상에 이르며, 이는 개가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화학물질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의 병을 냄새로 알아차리고, 불안을 맡고, 심지어 시간의 흔적까지 맡는다. 사람이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면, 개는 냄새로 세상을 기억한다. 주인의 스트레스 및 행복, 사랑의 호르몬등의 변화를 후각으로 감지하고 함께 공감한다.


소리의 세계에서도 개는 인간과 다르다. 개는 40Hz에서 최대 60kHz 높은음을 들을 수 있고, 귀를 자유롭게 움직여 소리의 방향을 즉각 알아차린다. 반면 인간은 낮은음을 더 잘 듣는다. 사람은 20Hz에서 20kHZ를 듣는다. 인간은 땅의 울림을 듣고, 개는 공기의 떨림을 듣는다. 개의 귀는 진동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해 목소리의 억양과 감정의 떨림, 불안의 리듬까지 읽는다. 개는 인간은 들을 수 없는 벌레나 전자기기등에서 나는 초음파 등을 들을 수 있어, 불안해하거나 귀를 세우는 반응을 한다.


시각적으로는 인간보다 단순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더 잘 본다.

인간이 빨강, 파랑, 녹색 3 원색의 원추세포로 100만 가지 색을 구분하지만, 개는 파랑과 노랑의 2색 구조로 만여 가지 색만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는 빨강과 초록을 구분하지 못한다. 개는 눈을 보지만, 우리처럼 하얀 눈이 아닌 회색의 세상을 본다. 개는 야간 시력이 인간보다 뛰어나다. 망막뒤에 타페툼 루시둠이라는 반사층이 있어, 어두운 곳에서 빛을 두 번 감지하며 시야를 밝게 만든다. 멀리서 달리는 사람과 동물의 움직임을 인간보다 빨리 포착한다.



개의 행동은 감정의 언어다. 개는 무리 생활을 해온 사회적 동물이다. 그들이 따르는 질서는 지배의 구조가 아니라 관계의 안정성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개가 두려워하는 것은 서열의 상실이 아니라 관계가 끊기는 일이다. 주인이 자신을 무시하거나 멀어졌다고 느낄 때, 그들은 짖고 낑낑대며 때로는 문다. 이것은 공격이 아니라 연결이 끊어질까 두려운 마음의 표현이다. 개의 모든 행동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신호다.

개의 감정은 사람과 매우 닮아 있다. 그들은 기쁨, 슬픔, 질투, 불안을 느끼며, 주인이 다른 존재를 쓰다듬을 때 짖거나 끼어드는 것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애정이 사라질까 두려운 마음이다. 그들은 사랑이 멀어질까 봐, 관계의 끈이 끊어질까 봐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짖음과 시선, 꼬리의 움직임으로 드러난다.

짖음은 개의 언어이자 감정의 파형이다. 늑대가 울음으로 무리를 불렀다면, 개는 짖음으로 인간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짧고 빠른 짖음은 반가움, 낮고 긴 짖음은 경계, 낑낑거림은 불안, 하울링은 그리움의 표현이다.
과학자들은 짖음의 높낮이와 길이만으로도 개의 감정을 대부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짖음은 원시적인 언어의 흔적이자 인간과 함께 진화한 감정의 코드다.

반려견은 인간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말의 뜻과 감정의 억양을 함께 구분한다.
“잘했어”라는 말을 기쁜 어조로 하면 개의 뇌에서 기쁨을 느끼는 물질이 분비되지만, 무표정한 목소리로 들으면 반응이 거의 없다. 그들은 단어보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괜찮아”라는 말을 슬픈 목소리로 하면, 개는 다가와 위로한다. 그건 단어의 의미가 아니라 감정의 진동을 이해한 결과다.

개는 감각 전체로 세상을 읽고, 인간은 생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개의 세계는 이성보다 감정에, 질서보다 관계에, 지배보다 공감에 가까워 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있는 일이다. 그들은 강한 자를 따르지 않는다. 오직 신뢰와 일상의 리듬이 이어질 때 마음을 연다. 결국 반려견은 인간의 감정을 읽는 존재이자, 인간이 감정을 되찾게 만드는 거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보다 먼저 외로움을 알아차리고, 사람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장 깊이 떤다. 그 두려움은 공격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다.


반려견의 종류도 다양하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비숑프리제, 총명하고 충실한 푸들, 온화한 골든레트리버, 차분하고 독립적인 시바이누, 감정 표현이 풍부한 말티즈, 사람을 잘 따르는 포메라니안, 그리고 조용한 지성을 가진 그레이하운드까지. 그들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함께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반려견의 세계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진화의 시간, 감각의 지혜, 관계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지만, 우리보다 더 오래, 더 정확하게 사랑을 실천해 왔다. “개는 서열을 따르지 않는다. 다만 관계가 끊어질까 두려워한다. 그들의 짖음은 권력의 언어가 아니라,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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