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흔히 인공지능 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이 회사를 그렇게 부르는 순간 핵심을 놓치기 시작한다. 팔란티어는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거나 더 유창한 문장을 생성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관심사는 AI가 실제 조직 안에서 어떤 권한을 갖고, 어떤 제약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도록 설계될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팔란티어는 생성형 AI나 단순한 AI 에이전트 회사가 아니라, AI가 기업과 국가의 의사결정 구조 안으로 실제로 들어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회사다.
팔란티어는 2003년에 설립되었고 현재 본사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있다. 2024~2025년 기준 연간 매출은 약 25~30억 달러 수준이며, 연속적인 흑자 구조에 진입한 상태다. 종업원 수는 약 4천 명에 못 미치지만, 이 인력 구성의 대부분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 그리고 고객 현장에 직접 투입되는 도메인 전문가들이다. 팔란티어의 시가총액은 최근 기준 약 4,0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삼성전자 4300억 달러와 비교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높은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팔란티어의 가장 큰 특징은 AI를 분석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플랫폼은 러우전쟁 때 사용했던 Gotham, Foundry, AIP는 공통적으로 데이터 통합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시스템들은 기업의 ERP, MES, SCM, 재무 시스템, 센서 데이터, 로그 데이터까지 연결한 뒤, AI가 어떤 선택지를 제안할 수 있고 어떤 선택은 금지되어야 하는지를 권한·규칙·책임 구조와 함께 설계한다. 그래서 팔란티어의 AI는 추천만 하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조직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AI로 작동한다.
팔란티어의 고객 명단은 매우 구체적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미국 국방부, 미 육군과 공군, 미 해군, 국토안보부, FBI, CIA, NATO 관련 조직들이 핵심 고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팔란티어의 Gotham 플랫폼은 드론 영상, 위성 이미지, 레이더 정보, 병참 데이터, 부대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해 지휘관이 전장을 이해하고 판단하도록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AI는 목표 우선순위를 제시했지만, 최종 결정은 항상 인간 지휘관에게 남겨졌다.
상업 부문에서도 팔란티어의 고객은 분명하다. 에어버스, BP, 쉘(Shell), 엑손모빌, L3 Harris, Raytheon, Lockheed Martin 등 에너지·항공·방산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에서 팔란티어는 공급망 붕괴 가능성, 생산 계획 변경, 에너지 수급 최적화, 대규모 프로젝트 리스크 관리 같은 영역에 AI를 투입해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이라는 명확한 재무적 성과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조선·중공업·제조 분야로도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팔란티어는 한국의 HD현대 계열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복잡한 제조 공정과 글로벌 공급망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산업에서 자사의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팔란티어의 AI 전략에서 중요한 점은 특정 LLM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다. AIP는 GPT, Claude, LLaMA와 같은 생성형 AI를 필요에 따라 연결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속품이다. 핵심은 모델이 아니라 조직 내부 데이터와 권한, 규칙, 감사 로그, 실행 시스템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있다.
팔란티어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거의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회사의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국가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에 깊숙이 들어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정치 체제와 결합하느냐가 곧 회사의 정체성이 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전자제품이라는 물리적 결과물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만든다. 반면 팔란티어는 조직이 무엇을 만들고, 언제 멈추고, 어디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구조를 제공한다. 매출 규모는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팔란티어의 기업 가치는 결정을 장악하는 위치에서 나온다.
팔란티어가 보여주는 AI의 방향은 분명하다. AI의 경쟁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지 않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로 무엇을 하게 만들 수 있느냐에 있다. 팔란티어는 AI를 말하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가 조직을 움직이게 만드는 회사다.
팔란티어를 이해하려면 창업자 피터 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페이팔 공동창업자이며,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의 핵심 인물이다. 엘론 머스크, 리드 호프먼, 맥스 레브친 등 21세기 미국 기술 산업을 이끈 인물들이 이 네트워크에서 나왔다.
피터 틸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그는 분명한 세계관을 가진 인물이다. 그의 책 『ZERO to ONE』에서 드러나는 핵심 사상은 단순하다. 경쟁은 가치를 만들지 않는다. 진짜 기업은 경쟁을 피하고, 대체 불가능한 위치, 즉 구조적 독점을 만든다. 팔란티어는 이 철학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회사다.
이 회사는 광고, 소비자 서비스,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결정은 항상 늦고 틀린다는 국가와 조직의 고질적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했다.
피터 틸은 기술이 중립적이라고 믿지 않는다. AI 역시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 본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거래는 극히 제한적이고, 미국과 서방 동맹국의 정부·군·공공기관이 핵심 고객이다.
팔란티어는 종종 트럼프, J.D. 밴스, 엘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들과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이야기된다.
정치 성향이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글로벌화는 효율을 높였지만, 국가의 결정 능력과 산업 주권을 약화시켰다. 기술은 더 이상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수단이 되었다.
팔란티어는 이 흐름에서 ‘결정을 설계하는 기술’을 담당한다. 머스크가 물리적 인프라와 제조 역량을 확장한다면, 팔란티어는 국가와 조직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팔란티어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면, 가장 큰 병목은 기술이 아니다. 데이터도, 엔지니어도 충분하다. 문제는 결정 권한과 책임 구조다. 한국 기업과 공공 조직에서는 AI가 여전히 ‘참고 자료’에 머문다. 결정은 상급자가 하고, 책임은 분산된다.
팔란티어는 이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는다. 결정의 근거를 드러내고, 결정의 결과를 추적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저항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