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스스로를 끊임없이 부수는가

AI 시대, 미래에 적응하는 회사의 구조

by 신피질

구글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종종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은 “검색 하나로 세상을 장악한 회사”라고 말하고, 다른 쪽은 “검색 말고는 다 사들여서 커진 회사”라고 말한다. 둘 다 사실의 일부를 담고 있지만, 둘 다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 구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어떻게 스스로를 바꾸는 구조를 만들었는가”를 봐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가 AI 시대에 어떤 힘이 되고, 동시에 어떤 약점이 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구글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검색엔진은 구글이 독창적으로 만든 핵심이며,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혼돈 속에서 “ 답을 찾을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 낸 회사였다. 다만 이후의 구글은 검색으로만 성장하지 않았다. 구글이 지금의 거대한 생태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결정적 전환점들은 대부분 M&A에서 출발했다.


안드로이드, 유튜브, 광고 기술 기업들, 딥마인드 같은 핵심 축들이 그렇다. 그래서 “구글은 검색 말고는 거의 다 인수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이 구글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인수 자체가 구글의 경쟁력이어서가 아니라 “인수한 것을 다루는 방식”이 구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은 회사를 인수하면 곧장 본사 프로세스에 편입시킨다. KPI를 붙이고, 인사·평가 체계를 통합하고, 조직을 ‘정상화’한다. 이때 기술은 남아도 사람은 떠나고, 문화는 사라지고, 결국 인수는 “단기 성과용 거래”로 끝나기 쉽다.


구글은 반대로 했다. 구글은 인수한 회사를 ‘흡수’하기보다 ‘성장’시키는 쪽에 가까웠다. 안드로이드는 단지 휴대폰 OS가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기본 토대가 되었고, 유튜브는 단지 동영상 사이트가 아니라 인류의 학습·문화·엔터테인먼트가 흘러드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변했다. 딥마인드 역시 단순히 연구 조직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구글 전체가 AI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두뇌’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인수는 시작일 뿐이고, 편입 이후에 사업의 개념이 다시 정의되며 규모가 바뀌었다. 구글의 M&A는 회사를 산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과 개념을 산 것”에 가깝다.


이렇게 “인수해도 망치지 않는 능력”은 우연이 아니다. 구글은 분권적 시스템으로 움직이지만, 아무 방향으로나 흩어지지 않는 회사다.

그 중심에는 창업자가 남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단기 수익보다 기술적 도약을 중시하고, 기존 성공을 스스로 잠식할 권리를 인정하며, 경영자보다 엔지니어 중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이다. 이런 원칙은 구호가 아니라 ‘결정의 필터’로 작동한다. 팀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더라도 어떤 제안이 살아남고 어떤 제안이 꺾이는지, 어떤 실험이 계속되고 어떤 실험이 접히는지에는 그 철학이 조용히 반영된다. 분권이 가능했던 이유는 통제가 약해서가 아니라, 기준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구글을 스스로 바꾸게 만드는 의사결정의 주체를 “누구”라고 한 사람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구글은 한 사람이 바꾸는 회사가 아니라, 바뀌도록 설계된 회사”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구글의 변화는 위에서 지시하고 아래가 실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보다, 아래에서 시작된 기술적 판단과 실험이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를 여러 단계의 검토와 위원회 구조가 통과시키며, 그 과정에서 조직적 합의로 굳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CEO의 역할도 전통적인 의미와 다르다. CEO는 ‘모든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기보다, 결정이 형성되도록 환경을 만들고,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이밍을 잡아주는 조율자에 가깝다. 그래서 구글의 의사결정은 때로 느려 보인다. 그러나 일단 방향이 정해지면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감정이나 정치로 밀어붙이는 혁신이 아니라, 실험과 데이터와 조직적 검증을 거친 “확률 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의 미래 전략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글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 움직이는 회사라기보다, 기술이 만들어낼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먼저 읽으려는 회사다. 물론 구글의 핵심 현금 흐름은 광고에서 나온다. 그러나 구글의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당장 돈이 되느냐”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수익이 불확실한 AI 연구에 장기간 투자하고, 실패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를 여러 갈래로 운영하며, 어떤 미래가 오더라도 적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간다. 구글은 특정 미래를 맞히려 하기보다, 미래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한다.

구글 전략1.png


그런데 여기서 구글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보면 위험해진다. 구글은 강하지만, 가볍지 않다. AI 시대에 구글이 두려워하는 것은 경쟁사만이 아니라 AI 자체다. AI는 구글의 미래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적이기도 하다. 구글의 광고 수익은 여전히 검색과 깊게 연결되어 있고, 전통적 검색은 ‘링크를 클릭하는 흐름’ 위에서 수익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AI가 검색 결과를 요약하고, 답을 한 번에 제공하고, 사용자의 다음 행동까지 안내하는 방향으로 가면, 클릭은 줄고 페이지 구조는 바뀐다. AI를 잘 만들수록 기존 모델을 잠식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구글이 AI 전환에서 주저하는 순간들이 있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공의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구글 검색의 사용이 예전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단순히 “사람들이 구글을 떠났다”라기보다 “검색의 사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보를 찾지만, ‘검색→클릭→비교’라는 오래된 동선은 AI 요약과 추천, 에이전트형 인터페이스로 재편되고 있다. 이 변화는 구글에게 기회이면서 동시에 수익 모델 재설계라는 부담이다. 급격한 붕괴라기보다 “전환기”다. 그러나 전환기는 언제나 위태롭다.


이쯤에서 OpenAI–마이크로소프트 진영과의 철학 차이가 선명해진다.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강력한 모델을 빠르게 제품화하고, 시장의 서사를 선점하며, 업무 현장에 침투하는 속도를 핵심으로 삼아왔다. ChatGPT와 Copilot이 대표적이다. 빠른 제품화는 사용자의 습관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면 시장이 열린다. 이 진영은 “기술의 우위를 제품의 우위로 즉시 전환”하는 데 강하다.


구글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구글은 기술을 가지고도 제품 서사에서 한 발 늦어 보인 적이 있다. 트랜스포머 같은 핵심 기술의 토대는 구글 연구에서 나왔지만, 대중이 체감한 ‘변곡점의 서사’는 OpenAI가 가져갔다. 이것은 구글에게 뼈아픈 기억일 수 있다. 기술이 좋다는 사실이 곧바로 시장의 주도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은 더 조심스러워졌고, 동시에 더 근본적 방식으로 AI를 자사의 서비스와 인프라 속에 “스며들게” 만들려 한다. OpenAI가 눈앞의 혁신을 보여준다면, 구글은 생활의 바닥에서 혁신이 작동하도록 구조를 바꾸려 한다.


여기서 테슬라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테슬라가 보여주는 미래는 눈에 보인다. 로봇이 걷고, 로켓이 날고, 자율주행이 거리에서 달린다. 미래가 시각적이고, 서사가 강하고, 한 문장으로 설명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미래에 흥분한다.


반면 구글의 미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구글이 바꾸려는 것은 물리적 장면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 과정’에 가깝다. 우리가 길을 선택하는 방식, 정보를 찾는 방식,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 일정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 무엇을 살지 무엇을 볼지 고르는 방식 같은 것들이 구글의 기술로 조금씩 재편된다.


그래서 “구글은 보이지 않는 미래의 구조를 만든다”라는 표현이 생긴다. 이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다. 구글은 로봇을 보여주기보다, 우리가 매일 하던 ‘망설임’을 하나씩 줄이려 한다. 테슬라가 인간의 노동을 덜어준다면, 구글은 인간의 결정 피로를 덜어주려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지 않는다. 조용히 스며들고, 어느 순간 “없으면 불편한 인프라”가 된다. 전기나 수도처럼.


물론 “고민을 줄여주는” 것은 ChatGPT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그건 ChatGPT도 하는데, 구글만의 특별함이 있나?” 여기서 핵심 차이는 개입의 지점이다. ChatGPT는 보통 사용자가 이미 질문을 가지고 있는 순간에 등장한다.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을 빠르게 정리해 주는 대화형 사고 확장기다.


반면 구글이 노리는 것은 질문이 생기기 전 단계다. 검색창 자동완성, 추천, 지도 경로의 선제 제안, 일정의 충돌 감지, 문서 작업의 자동 정리처럼, 사용자가 묻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정리해 준다. 즉, ChatGPT가 “생각해 볼게요”라면, 구글은 “이미 생각해 봤어요”에 가깝다. 그래서 편리함은 비슷해 보여도, 생활 속에 파고드는 깊이와 규모는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구글의 인사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연결된다. 구글은 ‘따뜻한 회사’라기보다 ‘정직한 기준을 가진 회사’에 가깝다. 복지와 환경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그 목적은 낭만이 아니라 몰입이다. 직급 체계는 단순하지만 승진은 자동이 아니고, 연차는 큰 의미를 갖지 않으며, 핵심은 영향력과 기여다. 관리자가 된다고 자동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아니라, 영향력을 넓히는 사람이 보상받는 구조다. 그래서 레벨이 올라갈수록 병목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자발적 퇴사가 적지 않다. 그런데 이 퇴사는 한국식의 ‘이탈’과는 다르다. “여기서 충분히 배웠다면 나가는 것도 정상”이라는 문화가 작동한다. 구글이 최고의 학교이자 최고의 이직 브랜드가 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이 항상 장점만 낳는 것은 아니다. 자발적 이동이 활발한 만큼, 조직은 계속 젊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핵심 인재가 빠져나갈 위험도 늘 존재한다. 또한 기준이 높고 위원회 구조가 탄탄할수록, 조직이 커진 이후에는 관료화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구글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만이 아니라, 너무 커진 자기 자신일 수 있다. 혁신이 계속 필요하지만, 혁신을 합의와 검증으로 통과시키는 비용이 점점 커지는 역설이 생긴다.


그리고 규제 리스크는 구글의 미래를 얇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구글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사회 인프라에 가까운 존재로 취급된다. 검색과 광고, 데이터와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반독점과 데이터 규제, AI 책임 문제는 강화된다. AI는 규모와 데이터를 먹고 크지만, 규모가 클수록 사회적 견제가 더 강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여기에 AI 특유의 신뢰성 문제, 즉 환각과 오류, 편향과 책임 문제도 겹친다. 검색은 틀려도 사용자가 여러 링크를 비교할 수 있었지만, AI 답변은 종종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구글이 AI를 전면에 내세울수록 법적·윤리적 부담은 더 무거워진다.


이렇게 보면 구글의 현재는 단순히 “AI 시대에도 강할 것”이라는 낙관으로 정리할 수 없다. 오히려 구글은 AI 시대의 유력한 생존자이면서도, 가장 불편한 전환을 치러야 하는 생존자다. AI를 성공시키려면 기존 검색·광고 모델을 재설계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강점을 일부 희생해야 한다. 구글이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약해서가 아니라, 성공의 대가가 자신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자의 공포다. 남이 무너뜨리는 공포가 아니라, 내가 나를 무너뜨려야 하는 공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여전히 중요한 회사로 보는 이유는, 구글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한두 번 보여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구글은 M&A를 통해 방향을 사들였고, 그 방향을 살리기 위해 흡수가 아니라 성장을 택했으며, 분권적 시스템 속에서도 창업자의 원칙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남겨두었고, 현장에서 시작된 판단이 위원회와 데이터의 검증을 거쳐 조직의 합의로 굳어지는 구조를 운영해 왔다. 테슬라가 보이는 미래를 제시한다면, 구글은 우리가 매일 의존하는 보이지 않는 판단의 구조를 바꾸려 한다. OpenAI–마이크로소프트가 속도와 제품 서사로 시장을 뒤흔든다면, 구글은 생활의 기반 속으로 AI를 스며들게 하며 장기전을 설계한다.


따라서 이 모든 내용을 종합해 구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구글은 미래를 맞히려는 회사가 아니라, 미래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회사다.


다만 그 설계는 이제 거대한 무게와 함께 움직여야 하며, AI는 구글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자기부정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구글이 앞으로 더 성장할지, 아니면 속도와 서사에서 밀려 뒤처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구글의 싸움은 경쟁사를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새로 정의하는 싸움이다.


AI가 고민을 줄여주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까지 고민을 위임해도 되는가. 편리함이 커질수록 인간에게 남는 사고의 자리는 오히려 더 소중해진다. 구글이든, ChatGPT든, 테슬라든, 결국 기술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 위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구글이 진짜로 바꾸려는 것은 검색 결과의 모양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keyword
이전 16화구글은 어떻게 AI 선두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