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AI를 크게 말하지 않는가

“AI”가 아니라 “구조”로 이기는 회사

by 신피질

우리가 삼성 스마트폰을 이야기할 때, 요즘 대화는 거의 자동으로 “AI”로 흘러간다. 갤럭시 AI, 온디바이스 AI, 생성형 AI 편집 기능, 통역, 요약, 검색. 삼성은 AI를 전면에 세우고, 그것을 경쟁의 전선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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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애플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사람들은 묻는다. “애플은 AI가 없나?” 혹은 “애플은 왜 AI를 마케팅의 중심으로 놓지 않나?”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애플이 ‘단지 스마트폰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부터 확인해야 한다. 규모와 이익 구조가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가 “말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애플은 2024 회계연도(9월 28일 종료) 매출이 3910억 달러, 순이익이 937억 달러였다. 숫자만 보면 이미 다른 세상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서비스다. 애플은 같은 기간 제품 매출이 2949억 달러, 서비스 매출이 962억 달러였다고 밝혔다.


여기서 더 중요한 건 “마진의 성질”이다. 애플은 서비스 매출 962억 달러를 올리면서 서비스 원가(비용)는 251억 달러 수준이었다. 단순히 계산하면 서비스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대략 70%대 중후반이다. 반면 제품은 매출 2949억 달러에 원가가 1852억 달러 수준이어서 매출총이익률이 30%대 후반에 머문다. 서비스는 같은 매출 1달러가 남기는 이익의 밀도가 다르고,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해진다.


이 구조는 “애플이 얼마나 큰 회사인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답을 준다. 주식시장이 매기는 기업 가치, 즉 시가총액은 2026년 1월 초 기준 애플이 약 3.85~3.9조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루 이틀 사이에도 순위가 바뀔 만큼 치열하지만, 애플이 세계 최상위권의 ‘초거대’ 기업이라는 사실은 흔들리지 않는다.


같은 시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약 899조 원(≈ 900조 원) 규모로 집계된다. 환율을 대략 1달러=1446원 수준으로 환산하면 약 6천억 달러대다. 애플은 삼성전자 한 기업과 비교해도, ‘체급’이 다른 시장에서 움직인다.



여기까지가 “왜 애플은 말이 다를 수밖에 없는가”의 배경이다. 애플은 더 이상 “새 기능으로 한 번 더 팔아야 하는 회사”가 아니다. 물론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의 중심이지만, 애플이 진짜 강해진 지점은 아이폰 바깥에 있다. 아이폰은 하나의 제품이면서 동시에 생태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이 되었고, 그다음부터는 iCloud, App Store, Apple Music 같은 서비스가 조용히 매달의 현금을 만든다. 그 현금 흐름이 크고 안정적일수록, 회사는 굳이 유행어를 앞세울 필요가 줄어든다. 애플에게 ‘AI’는 하나의 기능이라기보다, 이미 굴러가는 서비스 엔진에 얹히는 업그레이드에 가깝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가. 사람들은 “애플이 중국에서 밀린다”라고 말해왔다. 실제로 화웨이의 프리미엄 복귀와 중국 로컬 브랜드의 공세 속에서 애플이 압박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단선적이지 않다. 2025년 3분기 중국 시장에서 애플이 출하 기준으로 2위권으로 올라섰다는 IDC의 발표가 있었고, 시장 하락 폭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애플이 존재감을 회복하는 장면이 관측됐다.


또한 카운터포인트는 2025년 10월 중국 스마트폰 판매(셀스루)가 전년 대비 증가했는데, 그 흐름을 애플이 강하게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에서 애플이 ‘영구히 내려가는’ 선형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왜 반등이 가능했을까.


업계 해석을 요약하면 네 가지가 겹친다. 첫째, 플래그십 중심의 교체 수요가 살아날 때 애플은 여전히 강하다. 둘째, 프로모션과 채널 정책이 맞물리면 중국에서도 가격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 셋째,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생태계(에어팟, 워치, 맥/아이패드)의 결합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 넷째, 중국 시장은 ‘국산 선호’가 강해졌지만 동시에 프리미엄은 여전히 다층적이라, 애플이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



이제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그렇다면 왜 삼성은 AI로 마케팅을 해야 하고, 애플은 AI를 크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가.


삼성은 스마트폰 경쟁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 선수”다. 안드로이드 시장은 부품과 스펙이 빠르게 평준화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눈에 보이는 차별점을 요구한다. 그래서 삼성은 ‘기능의 언어’를 앞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다. AI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체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단어이고, 갤럭시가 그 단어를 선점하면 판매 촉진에도 즉각 효과가 있다. 삼성에게 AI 마케팅은 선택이라기보다, 경쟁의 룰에 가깝다.


반면 애플은 게임이 다르다. 애플은 ‘기능을 사는 고객’보다 ‘관계를 사는 고객’을 많이 보유한다. 아이폰은 단품 경쟁을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사는 것은 아이폰 하나가 아니라 iOS 경험, 기기간 연동, 사진과 메시지의 흐름, 결제와 구독의 편의, 그리고 “다음도 애플일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애플은 AI를 크게 말하지 않아도, 고객이 떠날 이유가 줄어들기만 하면 된다. 애플의 AI는 “오늘 한 대 더 팔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내일도 구독을 유지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그래서 애플은 AI를 과장해서 외칠수록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다. 기대치를 높이면 실망이 커지고, 애플이 가장 중시하는 신뢰의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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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삼성은 AI를 “새로운 무기”로 전시해야 하는 회사이고, 애플은 AI를 “기존 제국의 도로망”에 조용히 깔아야 하는 회사다. 같은 AI를 말해도, 말하는 이유가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기술 격차가 아니라 수익 구조, 생태계의 밀도, 고객 관계의 시간에서 비롯된다.


다음 편에서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애플이 AI를 크게 외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AI에 뒤처졌다는 신호일까. 아니면 “AI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까지 이미 도달한 회사의 태도일까. 애플의 침묵은 무능의 침묵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 침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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