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국민대통합 시리즈_어플에서 만난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 ①
우리 남편과의 첫 만남 이야기를 해볼까 해. 우리는 흔히 말하는 ‘데이팅 어플’로 처음 만났어. 나는 경상도 사람이고 회사 발령으로 인해 몇 년 전에 전라도에서 근무하게 됐어. 전국을 돌아다니는 직업이었음에도 전라도는 처음이었고 당시 업무 강도도 극악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와서 고생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에 빠져있었지. 그때 많이 외로웠어. 그래서 내가 고생을 하는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싶더라고? 그때 마침 SNS 광고에서 ‘데이팅 어플’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남편을 만나게 됐어. (참고로 어플 광고는 아니야ㅋㅋ)
만나기 전에 남편과 연락처를 공유하고 카톡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딱히 나한테 적극적인 느낌은 아니었고 서로 그냥 형식적인 대화만 나눴어. 남편의 프로필 사진도 그냥저냥 평범하더라고? 남편한테는 말 안 했지만 사실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어플에서 대화 신청을 거는 남자들이 많았어서 남편은 몇 명의 남자 회원 중 한 명일 뿐이었어. 그래서 당시에 남편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뭔가 마음의 울림 같은 건 느끼진 못했어.
그러다가 어찌어찌 그 주 토요일 퇴근 후에 번화가 고깃집에서 만나기로 했고 별 기대 없이 나갔는데 웬걸? 먼저 와서 앉아있는 남편을 보니 어플 프로필 사진을 정말 못 찍었구나 싶더라. 정말 내가 안타까울 정도. 당장 사진을 찍어주고 싶을 정도. 아니, 생각보다 키도 크고 너무 멀쩡하게 잘생긴 거야. 사지 멀쩡한데 왜 굳이 어플에서 여자를 만나려고 하지? 이런 생각이 듦과 동시에 나같이 키 크고 왈가닥인 여자가 아닌 작고 귀여운 여자를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어서 이 만남은 ‘나가리’라고 순식간에 판단을 내렸지. 그러니까 굳이 나도 잘 보이려고 인위적인 노력 없이, 내숭 없이 만남에 임했어. 그냥 저녁 맛있게 먹고 집에 가야겠다 싶었어.
그래서 같이 삼겹살을 먹으면서 다짜고짜 이전 여자친구랑은 왜 헤어졌는지부터 물어봤다? 근데 남편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말해주더라. 전 여자친구랑은 꽤 오래 만났는데 유부남이랑 바람이 나서 헤어졌다고. 당연히 나는 성격적인 문제가 있어서 헤어졌겠거니 하고 물어본 건데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유여서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상대 이야기를 들었으니 나도 내 과거 이야기를 좀 했는데 서로 시작부터 숨기는 거 없이 터놓고 대화를 해서 그런가 첫 만남이 마냥 불편하진 않더라. 활활 뜨겁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가 없지도 않은 그런 순간이었어. 그땐 상상도 못 했지, 내가 얘랑 결혼하게 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