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여름의 꿈
"무더운 여름, 창가에 걸린 작은 상상"
한여름 볕이 쨍한 어느 오후, 딸아이의 방 창가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옷걸이에 매달려 시선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투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오려낸 고양이 모양의 종이 인형이었다.
뒷배경으로는 초록빛 가득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어, 마치 고양이 인형이 숲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이 종이 고양이는 어제 딸아이와 함께 그린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무더위에 지쳐 집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딸아이는 삐뚤빼뚤한 선으로 고양이를 그리고는 나에게 가위로 오려달라고 졸랐다.
나는 별생각 없이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섬세한 부분을 잘라주었고, 그렇게 탄생한 고양이 인형은 잠시 잊히는 듯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창가에 걸려 바람에 살랑이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딸아이는 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에어컨 바람 아래서만 지내는 것이 때로는 갑갑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테니 말이다. 창밖의 초록빛 풍경을 보며, 종이 고양이를 매달아 마치 자신이 저 드넓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작은 분신처럼 여겼을까.
아니면, 이 작은 고양이가 창밖의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자유롭게 뛰어노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눈에는 저 종이 고양이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친구이자 상상의 동반자였을 것이다.
그 옆으로는 빨래를 너는 건조대가 보이고, 그 위에는 뽀송하게 마른 수건 한 장이 걸려 있다. 딸아이의 고양이 인형과 대비되어 더욱 현실적인 풍경을 이루는 듯했다.
일상의 한 조각과 아이의 순수한 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순간이었다.
어쩌면 이 풍경 자체가 딸아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현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잃지 않는 아이 특유의 기발함과 동심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종이 고양이가 춤을 추듯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했다.
더운 여름날,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렇게라도 달래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짠하게 다가왔다.
작은 종이 인형 하나로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도 어릴 적에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로도 마법의 지팡이를 만들고, 돌멩이 하나로도 보물을 상상하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잊고 지냈던 그 순수함과 상상력을 딸아이는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놀이는 무더운 여름날, 잠시 잊고 지냈던 동심의 문을 열어주는 작은 열쇠가 되어주었다.
창가에 매달린 종이 고양이 인형은 단순한 종이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여름날의 더위를 잊게 해주는 딸아이의 작은 위로이자,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한 조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