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 기간이 길어지며, 최근 삶의 방향이 고민되기 시작했다. 비전공자였지만, 처음 개발을 공부하며 막연하게 생각만 했던 기능을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운이 좋게 지인의 소개를 받고 들어간 첫 회사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었고, 그야말로 개발과 관련된 온갖 일을 구르면서 경험하고 성장했다. 주니어 시절이 그렇게 지나갔다. 회사의 다소 수직적인 의사소통 구조 때문에 퇴사를 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개발 일 자체가 재밌어서 계속 다녔다.
그렇게 잘 다니던 회사는 중요 프로젝트 수주에 실패해 자금난이 왔고, 결국 문을 닫았다. 갑자기 백수가 된 C씨는 처음 몇 개월은 리프레쉬하는 기간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구직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며 서류에서 탈락하는 일이 점차 늘어가자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젠 개발자라는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개발자 커리어로는 안 되는 걸까? 나는 뭐 하며 살아야 하지?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걸까?"
지금까지의 경험을 한번 돌아보며 정리하고, 내게 맞는 길을 찾아 나가는 것. 그건 좋은 일이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게 있고, 내가 실제로 해낸 일들을 되새기며 자신감을 얻게 되니까.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찾으려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의 두려움과 막막함은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라는 '신호'일뿐이지, 스스로가 모자라고 능력이 없어서 좌절에 빠질 일은 아니다.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요.. 계속 탈락하기만 하고."
그리고 C씨가 해낸 일들을 하나하나 함께 짚어갔다.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기회를 찾았고, 어떻게 노력을 했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고, 그 결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고, 무엇을 깨닫고 알게 됐는지.
C씨는 차츰 말문이 트이더니 신나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눈빛은 반짝였고 목소리엔 힘이 생기고 제스처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 순간을 위해 멘토링을 한다. 내가 가장 힘을 얻는 순간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가장 빛나는 모습을 되찾을 때. C씨는 자기 입으로 내뱉으면서도 스스로 믿기지 않는 듯했다.
지금 말한 그 경험을 자소서나 경력기술서에 썼는지 물어봤다. C씨는 이 내용은 전혀 작성하지 않았다며, 왜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회사에서 원할 것 같은 내용만 썼다면서 지금까지 서류 합격을 못했던 이유를 이제 알겠다며 후련한 표정이었다.
C씨의 자소서와 경력기술서를 다시 쓰고 그걸 기반으로 면접 준비를 하는 계획을 세웠다. '개발자'에서 시야를 더 확장해, C씨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의 성격으로 접근했더니 자소서는 막힘없이 써졌다.
없다고 생각한다. 삶에 정답이란 것이 없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알고 그 길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이 커리어다. 평생 직장인만 할 사람은 없지 않은가? 직업은 삶 자체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편일 뿐이다.
커리어의 방향이 흔들린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내가 좋아하고 잘한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그동안 잊고 있던 과거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 빛나던 사람은 어디로 갔는가?
지금도 당신 안에 있다.
설레고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두하던 당신.
지금도 당신은 빛나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는 더 빛날 것이다.
나는 안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빛나는 당신을 그대로 자소서에 녹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