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없는데
일단 싱가포르 도착은 했다

성장한 게 아니라, 착각이었다

by 이상주의자

집은 없지만, 짐은 쌌고 비행기표도 끊었다. 그래서 싱가포르엔 일단 왔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정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만약 실용적인 싱가포르 집 구하기 팁만 궁금하신 분은 바로 아래로 내려가셔도 좋아요.


계획형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실 감각은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
7일치 숙소만 있고 집은 없는 상황에서 '일단 도착하면 뭔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짐을 쌌다.


엄마에게는 말할 수 없는, 말해도 엄마의 염려증만 심해질 그런 걱정을 안고
"괜찮아"라고 말하며 씩씩하게 출국장을 통과했다.

그 많던 걱정과 설렘을 뭉게뭉게 혼자 떠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출국 전 비행기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나는 여전히 이런 생각을 했다.

'이 비행기 진짜 싱가포르 가는 거 맞아?'
'이렇게까지 내일, 일주일 뒤, 한 달 뒤, 1년 뒤가 안 그려질 수가 있어?'


이제껏 나는 공부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회사를 다니고, 다음엔 어디로 향해야 할지 보이는 미래를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겠다.

심지어 ‘7일 후 집을 구할 수 있을지’조차도.




이 모든 혼란의 설계자는 바로 나다.


'300만 원 아끼면 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 계획했던 집을 찾아보며 살기로 했던 ‘한 달 살이 서비스 아파트(약 300만 원)’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7일만에 집을 구하기로.


지난 글에서 말했듯, 돈을 조금 더 쓰고 내가 잘 버틸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큰 그림이었다.

여기에 내 집이 있나 생각하며 바라본 싱가포르 호텔 앞 전경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생각보다 더 무모하고 촉박한 결정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숨막힌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만든 상황인 것을.


그냥 숨을 꾹 참고 실행에 옮겼다.








출발 전부터 매일같이 PropertyGuru(싱가포르 부동산 앱)를 열었다 닫았다.
동네도 잘 모르면서 하트만 눌러놓은 집이 수두룩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하나 있었는데, “viewing 하고 싶어요”라고 보낸 메시지에 “already signed”라는 답장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안 그래도 아는게 하나도 없는 이 동네에 내 집 하나 없을까 봐.


내 걱정과는 별개로 싱가포르는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웠고, 나는 걱정덩어리가 되어 거리를 거닌다.


그런데 — 정말 다행히도,

7일 만에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집을 보는 여정은 너무 정신없었고,

또 세상이 끝난듯 했지만,

결국은 '나도 모르게' 해냈다.

그 여정은 다음 글에 더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성장한 게 아니라, 착각이었다.


나이가 들면 막막한 상황에도 덜 흔들릴 줄 알았다.
'이젠 좀 다르겠지?' 싶었는데,
아니다. 막상 오면 똑같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 감정은 매번 새롭다.

다만 예전보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더라”는 기억이
나를 살짝 덜 불안하게 만든다.


'성장의 힘'이라기보단, 나 다 해봤어라고하는 '착각의 힘'.
그게 나아가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싱가포르 집 구하기 실용 팁


혹시 싱가포르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래에 간단한 정보와 팁을 남긴다.



앱/사이트

PropertyGuru: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부동산 앱

한국촌: 한인 커뮤니티, 룸쉐어 정보 많이 올라옴

Tip 1 : viewing 연락은 도착 3일 전부터 해도 충분해요. 어느 동네를 보고 싶은지만 대략적으로 정해두세요.

저는 7일 전에 미리 연락했는데, 그 사이에 집이 나가버려 의미 없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Tip 2 : 사진만 보고 계약하지 마세요.
동네 분위기, 건물 상태, 방음 등은 사진에 절대 안 나와요.

Tip 3 : 집과 학교/직장 거리 꼭 체크하세요.

Tip 4 : 집과 역이 도보 10분 이내인 곳을 추천해요. 이 차이가 더운 싱가포르에서는 꽤 차이가 납니다.

Tip 5 : 택시 = 1분에 1만 원이라는 생각을 하세요. 대중교통은 대부분 30분 이상 걸리고, 결국엔 여차저차 늦잠과 같은 이유로 택시를 타게 될 수도 있으니 교통을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Tip 6 : 벌레가 보여도 당황하지 마세요. 보통은 벌레 때문에 2015년 이후 완공된 콘도를 추천하지만, 제가 다녀본 결과 좋은 동네 + 월세 3000불 이상 수준이라면 2014년도 완공 콘도도 충분히 쾌적하고 괜찮았습니다.

Tip 7 : 계약 전 또는 입주 전에 Pest Control 꼭 확인하세요! 특히 2015년 이전이라면!

계약하면서 집주인한테 pest control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세요. 집주인이 해줄 수 없다면, 이사 전에 직접 비용을 들여서라도 진행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오늘도 꿈과 통장을 동시에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