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절한 손, 바라보게 되는 당신의 등

그리고 아직은 수줍은 나의 등

by 글짓는 날때

'참, 고맙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뱉은 첫마디입니다.

밤사이 몇 분이 다녀가셨고

다녀갔다고 고마운 발자국을 남기셨더군요.


먹고사는 일에 관련된 오전 일과를 마쳤고

이틀간 짓지 못한 글을 짓기로 합니다.

그리고 걱정이 생겼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건가?'

다녀가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기에 대한 책이라도 읽어보자 하는 생각에

알라딘에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알라딘 앱을 켜는 중에 브런치 알림이 울립니다.


'참, 친절하시다...'

정오의 햇볕은 따뜻하고 친절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에 달린 어느 감사한 분의 댓글이 그랬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친절한 손,

그래서 당신의 등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됩니다.


처음 걷는 길에 누군가 앞서가는 이의 등이 있어

참으로 든든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등으로 쓰였을 문장과 이야기들이

큰 공부가 되었고 많이 부러웠답니다.

솔직히 시기심? 질투심도 있었고요.

거짓말은 못하겠네요.


가까이도 아니고 그저 이 정도 거리에서 떨어져 보아도 좋은

그저 동경하게 되는 앞선 이의 등.


룩백001.jpg 영화 '룩백(Look Back)' 中 그림을 그리는 쿄모토의 등


네, 물론 적지 않은 시선이 저의 등을 스쳐갔을 거예요.

더러는 걱정이었을 거고 많게는 안쓰러움이었겠죠.

혹은 안타까운 저의 등을 보시고

이 길에 처음 발걸음 했을 때를 돌아보셨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일까요.

가끔 등에 닿는 시선은 따뜻했고 손길은 친절했습니다.

오늘의 햇볕처럼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등을 보듯 당신도 나의 등을 보고 있다고.

어쩌면 그렇게 서로의 등을 보며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생각하니

많이 쑥스럽고 많이 기뻤답니다.

큰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었고요.


알라딘을 지나쳐 몇 정거장을 지나 글을 짓고 있습니다.

책을 찾아 공부하기보단 앞선 등을 쫒기로 합니다.

많은 조언과 답이 당신의 등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단지, 시선으로 쫒을 등이 많아 버겁고 행복합니다.


오늘의 이 글은

순전히 화창한 햇볕 때문입니다.

그저 당신의 시선과 손짓이 햇볕 같았습니다.




info.

영화_ 「룩백 (Look Back)」 2024년

좋아하는 문장_ "선생님의 팬이에요."

기억날 장면_ "그리는 모든 장면의 등"


epil.

저도 당신의 팬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일은 더 좋을, 마주할 수 있어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