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가두는 마음
가끔, 이곳은 좀 힘듭니다.
어느 작가님의 지나가신 발자국을 따라 그분의 글을 읽었죠.
예쁜 글이었지만 아픈 글이었습니다.
결코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나누려 하신 감정이 저에겐 단지 깊었을 뿐이고
지난 하루가 종일 기뻤고 따뜻했으며 즐거웠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 그 사람도 행복할 텐데,
그럼에도 종종 잊게 됩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에 못됨을.
그땐 해어질 이유였고 기억하니 사소했습니다.
우리였어야 하는데 나였던 것 같습니다.
이해를 바랐는데 아집만 있었던 거죠.
참 못났습니다.
사랑을 놓친 사람의 흔한 변명이겠죠.
나의 상황을 나의 부족함을 애써 포장하여
핑계로 던져 놓고 나를 위로했을 겁니다.
아픈 사람은 그 사람인데.
그리고 여전히 기억에 갇혀 애써 미화합니다.
사랑했고 미안했으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러곤 매일을 잊었다가 이따금 기억하고 다시 아픕니다.
한 짝이었을 장갑을,
마주 잡아 의미 있을 두 손을,
마주 잡지 못하여 남은 한 손으론
다른 이의 머릿결을 빗어 먹을 들여 마음에 담는 일도
다른 이의 머릿결을 빗다 마음이 배어 아픈 일도 사치일 것 같습니다.
많이 행복했고 여전히 미안합니다.
놓친 사랑은 그저 갇힌 기억이겠지만
가둬둔 기억을 꺼내어 볼수 있어 다행입니다.
감사하고 기뻤고 즐거웠던 지난 오늘.
어느분의 글 덕분에 담아둔 기억과 영화를 꺼내어 보았습니다.
눈이 오면 다시 꺼내볼 영화지만 오늘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글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한 날입니다.
info.
영화_ 「윤희에게」 2019년
위로가된 문장_ "나도 네 꿈을 꿔"
위로가된 대화_ "눈 그치려면 멀었잖아" , "막막하니까. 일종의 주문이랄까"
그럼에도 예쁜_"새봄과 경수, 그리고 둘의 장갑"
tmi.
겨울엔 '러브레터'를 봤습니다.
그리고 '윤희에게'가 추가되었습니다. 정말 얘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