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두어둔 기억, 갇히지 않는 사랑

그래서 가두는 마음

by 글짓는 날때


가끔, 이곳은 좀 힘듭니다.

어느 작가님의 지나가신 발자국을 따라 그분의 글을 읽었죠.

예쁜 글이었지만 아픈 글이었습니다.


결코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나누려 하신 감정이 저에겐 단지 깊었을 뿐이고

지난 하루가 종일 기뻤고 따뜻했으며 즐거웠기 때문일 겁니다.


분명 그 사람도 행복할 텐데,

그럼에도 종종 잊게 됩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에 못됨을.


윤희에게_02.jpg 영화 '윤희에게' 준과 마사코의 대화 中


그땐 해어질 이유였고 기억하니 사소했습니다.

우리였어야 하는데 나였던 것 같습니다.

이해를 바랐는데 아집만 있었던 거죠.

참 못났습니다.


사랑을 놓친 사람의 흔한 변명이겠죠.

나의 상황을 나의 부족함을 애써 포장하여

핑계로 던져 놓고 나를 위로했을 겁니다.

아픈 사람은 그 사람인데.


그리고 여전히 기억에 갇혀 애써 미화합니다.

사랑했고 미안했으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그러곤 매일을 잊었다가 이따금 기억하고 다시 아픕니다.


윤희에게_01.jpg 영화 '윤희에게' 엄마 윤희와 딸 새봄의 대화 中


한 짝이었을 장갑을,

마주 잡아 의미 있을 두 손을,

마주 잡지 못하여 남은 한 손으론

다른 이의 머릿결을 빗어 먹을 들여 마음에 담는 일도

다른 이의 머릿결을 빗다 마음이 배어 아픈 일도 사치일 것 같습니다.

많이 행복했고 여전히 미안합니다.

놓친 사랑은 그저 갇힌 기억이겠지만

가둬둔 기억을 꺼내어 볼수 있어 다행입니다.


감사하고 기뻤고 즐거웠던 지난 오늘.

어느분의 글 덕분에 담아둔 기억과 영화를 꺼내어 보았습니다.

눈이 오면 다시 꺼내볼 영화지만 오늘이어서 더 좋았습니다.


글을 읽을 수 있어 감사한 날입니다.




info.

영화_ 「윤희에게」 2019년

위로가된 문장_ "나도 네 꿈을 꿔"

위로가된 대화_ "눈 그치려면 멀었잖아" , "막막하니까. 일종의 주문이랄까"

그럼에도 예쁜_"새봄과 경수, 그리고 둘의 장갑"


tmi.

겨울엔 '러브레터'를 봤습니다.

그리고 '윤희에게'가 추가되었습니다. 정말 얘쁜 영화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절한 손, 바라보게 되는 당신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