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머문 꿈
글을 짓기 시작하며 가장 많이 보고 들은 조언 중 하나가
"단어와 문장을 수집하라"였습니다.
의미는 같으나 쉬이 쓰이지 않는 단어를 모으고
마음에 들어온 문장들과 마음속에 적어둔 문장들을 검색하곤 합니다.
신기하고 놀랍죠.
형태는 달라도 결이 닮은 문장들을 꽤 많이 발견합니다.
에세이에서 시에서 혹은 영화 속에서도, 그리고 너무 반갑게도
브런치의 글들이 검색될 때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오와~ 어느 작가님이 이런 문장을 쓰셨을까'
반가운 마음에 클릭하여 애써 지으신 글을 읽습니다.
'아, 이문장이 이렇게 쓰였구나...'
작가님의 다른 글이 궁금해지고 다른 글을 클릭하여 한참을 읽습니다.
반할 만한 글들이고 좋았습니다. 구독하기 전 최근 글도 찾아보았죠.
'어째서죠? 왜 멈추신 건가요, 이 좋은 문장을 두고 어디 가신 건가요'
제법 긴 시간 동안 멈춰있는 어느 작가의 글쓰기.
부끄러운 고백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의 글쓰기의 시작은 오롯이 저를 위한 위로였습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열심히"는 필요 없고 "잘" 해야 하는 회사생활이었고
그래서 꽤 오랜 시간을
"열심히" 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을 잊고 있었죠.
성과가 아닌 성취감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글쓰기였답니다.
나의 글쓰기, 내가 꿀 수 있는 작은 꿈.
처음이요?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두려웠죠. 지금도 그렇고요.
글을 쓰는 내내, 혹은 쓴 글을 다시 읽으며 몇 번을 저에게 묻습니다.
"넌 이 글이 읽히니 혹은 넌 이 글이 재미있니"
네, 아직 많이 부족하죠. 하지만 쓰는 동안은 즐겁습니다.
성취감이라고 하기엔 이르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마음의 문장들이
최소한 저에겐 솔직한, 날것의 노력이기에 보잘것없는 빛이라도
조금은 반짝이지 않을까 하는 앞선 상상도 하고요.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한참을 멈춰있는 어느 작가의 글과 작가의 부재에도 빛나고 있는 문장들. 그리고 이 문장들을 고민과 애정을 담아 쓰다가 멈춰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음을. 어쩌면 꿈을 잠시 두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순간이 왔을 수도 있고요.
어쩌면 저처럼 처음 걷는 길이라, 길 위에서도 길을 잃어버릴 수 있고,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가야 했다면 그 나름의 결정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고요.
한동안의 꿈이었어도 꿈을 위해 기꺼이 낯선 길 위에 서고자 했던 사람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위해 기꺼이 나아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드러나진 않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반짝이는 문장들.
당신의 부재에도 여전히 빛나는 문장들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나침반이 되어줍니다.
이 길 위에 있어 즐겁고 고단하고 행복합니다.
"잘"은 아니어도 "열심히"는 하고 싶은 나의 글쓰기.
그리고 길을 잃지 않게 기꺼이 빛을 내어 주는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사라지지 않을 그 사람들의 반짝이는 문장들.
덕분입니다.
오늘, 이렇게 또 한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나의 문장들도 한동안은 이곳에 있겠구나.
드러나진 않아도 반드시 있는.
나에겐 소중한.
info.
드라마_ 「콩트가 시작된다」 2021년
좋아하는 문장_"하루토 씨가 만드는 따뜻한 콩트가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공감하는 문장_"노력했는데 아무 결과가 안 나올까 봐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epil.
아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더 좋은 문장을 빚고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