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나의 작은 기록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깊은 상처를 받았다. 세상이 던지는 말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돌아왔고, 그 상처는 너무 깊어 다시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나는 어둡고 캄캄한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무거운 짐을 피하여 조용히 내 안으로 몸을 감췄다.
혼자가 더 안전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견뎌냈지만, 가끔은 내 마음 한편, 허전함과 쓸쓸함의 떨림이 느껴졌다.
그 시기, 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퇴행(Regression)의 모습을 보였다. 오랫동안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말하는 법조차 잊어버린 듯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와 연결이 끊긴 채, 마치 어둠 속에 웅크린 어린아이 같았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런 고립이 나를 영원한 어둠 속에 가둬 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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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스스로 문을 안으로 굳게 잠그면서, 동시에 누군가 그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동굴 속에서 지내던 내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것이 바로 집단 치료(group therapy)였다.
줌(Zoom)으로 처음 마주한 사람들은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평가도, 비난도 없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는 내 마음을 감싸주고 함께 울어주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여기서는 숨지 않아도 괜찮구나! “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험을 공감(Empathy)이라고 부른다. 타인의 진심 어린 공감은 우리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하는 심리적 자원이 되어준다.
또한 집단 치료는 내게 거울이 되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이야기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저건 내 이야기 같아.”
이러한 순간들이 쌓여 가면서, 나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내 감정과 상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 효과(Mirroring Effect)이다.
집단 치료를 통해 내 안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때로는 다시 동굴로 숨어들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바로 나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또 다른 사람 속에서 치유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따뜻함과 선함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고, 진심으로 들어주고, 작은 배려를 아끼지 않는 순간들 속에서 빛이 난다.
사람은 상처의 근원이자 동시에 치유의 통로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 치료에서 만난 사람들은 기꺼이 나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그들을 통해 나는 어둠 속 동굴을 벗어나 빛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인간이 지닌 치유의 힘을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