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 2화: 진짜 나의 목소리
진실의 문은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그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붉은 빛은
라엘이 숨기려 했던 모든 감정들을 드러내듯 뜨겁고 생생했다.
그 문 안에서,
라엘은 ‘진짜 나’라 불리는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라엘은 두 번째 문을 통과하며 자신이 버린 선택들과 마주했다.
그는 수많은 ‘또 다른 라엘들’을 보았고,
그들 모두는 자신이 외면한 진실의 조각들이었다.
마지막 순간, 문이 열리며 붉은 눈의 라엘이 등장했다.
“내가 바로 진짜 너야.”
붉은 눈의 라엘은 웃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조롱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냉담한 웃음이었다.
“네가 나라고?”
“그래. 너는 나의 그림자일 뿐이야.”
라엘이 이를 악물었다.
“네가 진짜라면, 왜 나는 살아 있고 넌 여기에 갇혀 있지?”
붉은 눈의 라엘이 낮게 웃었다.
“살아 있다는 건 네 기준이지.
나는 진실로 존재해.
너는 ‘선택된 거짓’에 불과하잖아.”
붉은 눈의 라엘이 손끝을 들어올리자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라엘의 주변에 금빛 언어들이 떠올랐다.
그건 그가 과거에 발화했던 ‘회복의 언어’였다.
그 언어들이 하나씩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건 네가 만든 가짜 언어야.”
붉은 눈의 라엘이 속삭였다.
“회복이라 이름 붙였지만, 사실은 통제였다.
넌 사람들을 살린 게 아니라, 침묵시켰어.”
라엘이 외쳤다.
“거짓말이야!
그들은 고통에서 벗어났어!”
“아니.”
붉은 눈의 라엘이 말했다.
“그들은 네 언어에 길들여졌을 뿐이야.
자유가 아니라 안정을 택하게 만든 거야.”
라엘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 안에서 오래된 언어의 파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손을 움켜쥐며 속삭였다.
“나는 그저… 그들이 고통받지 않길 바랐을 뿐이야.”
붉은 눈의 라엘이 다가왔다.
“바람은 언제나 순수하지.
하지만 선택은 순수할 수 없어.
너는 ‘좋은 의도’로 진실을 가렸어.”
라엘은 눈을 감았다.
그의 눈가에 뜨거운 물방울이 흘렀다.
그건 눈물이 아니라, 부서진 언어의 잔여였다.
붉은 눈의 라엘이 손끝을 뻗자
공간이 붉은 빛으로 가득 찼다.
그 안에서 라엘의 언어들이 깨져나갔다.
“이건 네가 만든 세상이다.
거짓된 언어로 지탱된 회복.”
“그만!”
라엘이 외쳤다.
“그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어!”
붉은 눈의 라엘이 웃었다.
“그게 바로 네 죄야.”
그 순간,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 멈춰.”
빛 속에서 엘라의 형체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따뜻하지 않았다.
“엘라… 네가 왜…”
“나는 네 언어 속에서 태어났어.
그 언어가 붕괴하면 나도 사라져.”
라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널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외면해야 한다는 거야?”
“진실을 외면하는 사랑은 오래가지 않아.”
엘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흔들렸다.
“나를 지키려면, 네가 먼저 진실을 봐야 해.”
붉은 눈의 라엘이 외쳤다.
“그녀를 믿지 마!
그건 네가 만든 허상일 뿐이야!”
엘라가 소리쳤다.
“그럼 넌 뭐야?
진실을 가장한 분노잖아!”
두 사람의 언어가 충돌했다.
하나는 붉게,
하나는 금빛으로 번쩍이며 부딪쳤다.
공간이 갈라지고, 시간의 틈이 열렸다.
라엘이 그 틈 사이에서 손을 뻗었다.
“둘 다 멈춰!
진실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안에 있어!”
그 순간, 금빛 언어와 붉은 언어가 섞이며 폭발했다.
공간 전체가 무너지고,
라엘의 시야가 완전히 하얘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 이제 세 번째 문으로 가라.”
라엘은 붕괴된 세계 속에서 ‘세 번째 문’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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