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건축 이야기. 1

초석이란 무엇인가?

by Atticus


"00법 개정, 협력의 00관계·진짜 성장 초석 구축에 만전"

"00・00 행정통합, 미래 초석 조속한・・・추진 필요"

"도시 안전망・교통 편의성 확충・・・0000청 '스마트시티' 초석"



제가 초석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넣고 검색했을 때 뉴스 첫 페이지에 뜨는 초석 관련된 기사 제목들입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초석이라는 단어는 꽤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초석이 실제로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고, 우리 전통건축에는 어떤 모양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시는지 알고 계신가요?? '우리 건축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 주제로 초석이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이 제가 앞으로 하는 '우리 건축 이야기'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가 동굴에서 지내던 시기를 지나, 최초로 집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 "움집"입니다.


움집 추정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위 사진은 움집 내부 생활을 추정한 상상화인데 조금 굵은 나무를 바닥에 꽂아서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원뿔형 모양으로 나무를 세워 뼈대를 만든 뒤, 그 위를 지붕재료로 덮는 것으로 집을 완성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움집은 쉽게 문제가 생겼을 것입니다. 비가 오거나, 비가 오지 않더라고 지면에 있는 습기 때문에 바닥에 맞닿는 부분이 금방 썩었을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를 세우기 위한 구멍의 깊이는 점차 얕아지고, 기둥 구멍 안에 잡석을 깔거나, 지면에 납작한 돌을 깐 위에 기둥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건축구조가 발달을 하게 된 것이죠. 우리가 실제로 저 시대에 살았다면 불편한 점을 하나씩 고쳐가며 집이 발전을 했을 겁니다. 초석은 그렇게 건축구조가 발달하면서 생겨나게 됩니다.


그러던 것이 고대국가가 형성되면서 움집에서 벗어나 지상건축으로 전환이 되며 초석의 사용이 일반화되기 시작합니다. 이 당시의 건물이 남아있으면 좋을 테지만 우리 건축은 나무가 주요 구조체이다 보니 현재 남아있는 건축물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 고려시대 후기 건물일 정도로 예전시대의 건물들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고려시대 이전의 건물을 추정이라도 해볼 수 있는 건 초석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초석은 돌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경주 황룡사지
tempImage9s7C1Y.heic 익산 미륵사지
tempImagewduiBc.heic 양주 회암사지


위 사진은 황룡사지, 미륵사지, 회암사지에 남아있는 초석을 찍은 사진입니다. 초석 위에 존재하고 있던 것들은 사라졌지만 초석만은 남아서 그 당시에 건물이 있었던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에 지키면서. 언젠가 건축기술이 발달하면, 다시 이 자리에 건물이 세워질 것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초석은 일찍부터 사용된 건축자재이기 때문에 다양한 유형이 남아있습니다. 초석을 자연 그대로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가공을 했는지에 따라서 구분이 되고, 가공을 한 초석은 시대에 따라, 그리고 사용처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이 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구분되는 것이 가공 유무입니다. 가공을 한 것과 하지 않는 것에 따라 자연석 초석과 가공석 초석으로 구분됩니다.


자연석 초석 (안성 석남사 영산전)


가공석 초석


위 사진에서 기둥 밑에 있는 둥그스름하게 생긴 돌이 초석입니다. 위에는 자연석 초석, 아래는 가공석 초석입니다.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눈치채실 수 있는데, 저 사진에서 자연석 초석에는 앞에 있는 기단도 자연석으로 만들어지고, 가공석 초석은 앞에 기단도 가공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건물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따르는 법식입니다. 그리고 가공석 초석과 기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공한 초석은 자연석 초석보다 더 많은 공력이 들어갑니다. 지금은 기계를 사용하여 쉽게 만들어지지만 예전에 오로지 손 도구로 사용했을 당시에는 저렇게 가공한 초석과 기단은 많은 공력이 들어갔을 겁니다. 또한 가공석 초석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통일신라 말기와 고려시대에는 초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초석은 기능적인 역할을 함과 동시에 의장적인 역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tempImagesDQxD3.heic 법천사지 초석




우리 전통건축의 주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초석 위에 기둥을 올려놓고 초석과 기둥 사이에 어떠한 접합을 하지 않고 지붕의 무게만으로 건물이 지탱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 어디에서 인가는 이러한 구조가 불안정하다고 여겨져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물론 초석 위에 기둥을 올려놓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초석의 모양의 다양하기 때문에 그 위에 그냥 올려놓을 수는 없습니다. 아주 매끈하게 다듬은 가공석 초석 위에 올려놓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울퉁불퉁한 자연석 초석 위에 기둥을 놓을 때는 그대로 놓을 수가 없어서 건축적인 기법이 들어가게 되는 게 그게 바로 그렝이 기법입니다. 즉 초석의 모양대로 기둥 하부를 가공하여 초석 위에 올려놓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둥 하부를 초석 모양대로 만들면서 기둥 상부는 같은 높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렝이질


위 사진이 그렝이 기법입니다. 그레칼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초석의 모양을 그대로 기둥 하부에 그려줍니다. 그리고 그린 모양대로 기둥 하부를 따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초석과 기둥이 밀접하게 붙게 되고, 이 상태에서 아주 무거운 지붕이 누르고 있으니 특별한 접합 없이도 우리 건축은 잘 서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초석의 역할을 말씀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 건축은 지붕에 굉장한 무게가 실리게 되는데 지붕의 무게는 서까래, 대들보를 통해 기둥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래서 초석 하부를 아주 단단하게 만들어서 초석이 이 무게를 받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초석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초석을 단단하게 하지 않으면 집이 가라앉게 되고, 결국에는 집이 무너지게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보는 초석이라는 단어가, 건물을 짓는데 시작인 동시에 매우 중요한 것을 의미할 때 쓰이게 됩니다. 또한 초석은 기단과 함께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물이 기둥에 닿지 않도록 지면에서 올려주고 그와 동시에 지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사람들에게 건물의 이미지를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앞으로 뉴스 기사에 초석이라는 단어를 보시면, 기둥 하부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초석을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쓰는데 도움받은 책


김도경,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 현암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