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합자

by 장판

금년 상반기 1월 모일자 전보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업무 분장과 함께 스스로를 새롭게 정의내리게 되었다. 나는 취합자다.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공공기관은 조직 특성상 대부분의 자료들은 취합, 관리하고 그런 만큼 누구든 상시적으로 취합 업무를 할 수 있다. 사소하게는 명절 상품권 택배 배송지부터 각종 수당 지급 내역, 지원 사업 주요 사항, 심의나 평가 자료 등 대부분 자료들은 종류와 필요에 따라 분류하고, 누군가가 모아서 관리(다른 말로 감시, 감독)한다. 나 역시 취합 업무는 이 전에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 취합생활은 이전 일들과는 비할 수 없다. 주어진 연간 일정에 따라 제 때 자료를 모으고 제출해야 한다는 기본 로직은 같겠으나 자료의 중요성과 검토 최종 정리 기간, 일정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한 엄수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팀장급 이상 간부진에서 갖는 관심도가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소속 기관 기준, 취합된 내가 취합해야 하는 자료는 3급 이상 실국장급이 숙지하고 답변에 활용할 자료인 만큼 (몇 차례가 될지 모르는) 수 차례 수정,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4, 5급 책임자가 앞서 보고 받고 검토를 마쳐야 한다. 그 자료들이 (나 같은) 부서 취합자들을 통해 최종 주무과 주무팀 담당자(오! 그녀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사는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다만 지난주 금요일 처음 대면한 바로는 마스크 위로 드러난 퀭한 눈가의 주름과 무지막지한(아이 셰도우를 칠한 줄 알았다!) 다크 서클서 그녀의 심각한 피로도를 짐작할 뿐)에게 전달되고 한 차례 검토, 수정을 거쳐 최종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자료의 성격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순 취합자에 불과할지언정 내가 받는 스트레스와 부담, 압박감이란 (불과 한 달 남짓이지만) 적지 않았다. 게다가 파생 업무의 종류와 양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최종 취합자와는 비할 바가 못 될 텐데 그녀에 대해 언급한 김에 조금 더 보태자면 첫인상은 몹시 유니크했다. 풀어 설명하자면 시각적 자료와 청각적 자료가 불일치하는 언밸런스함이었는데 마스크 위로 드러난 절반의 안색에는 피로감이 역력한 한편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생기와 기운이 펄펄 넘쳤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또 한 번 조용히 무너졌다. 역시 저런 에너제틱한 사람이 최종 본부 취합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짧은 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 저런 생명력과 기운은 노-오력의 영역이 아닌 타고난 에너지 수준의 문제, 자질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새로 맡게 된 취합생활의 현실은 연 6회로 예정되어 있다. 개인적 업무 목표는 소박하고 당연한 것이다. 취합 업무를 무리 없이 수행하고 제 때(단 한 번도 늦지 않고) 요구 자료를 제출하는 것. 공공기관 종사자라면 능히 짐작할 일정은 간소화될지는 모를지언정 절대 피할 수도, 그냥저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다. 당장 다음 주면 첫 번째 일정이 시작이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와 이리저리 일로 얽힌 모든 이들에게 건투를 빈다. 하루하루 무사하길!(^^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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