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류 시인과의 인연
-잘 익은 홍시의 시간
강소이 (23년 한국문학상 대상 수상 시인)
지쳐 있던 여름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성모님 그림을 들고 들어왔다.
아직 마르지 않은 유화 물감,
향기 속에 성스러운 숨결이 스며 있었다.
메주인지 된장인지,
성지순례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며
손목의 묵주 팔찌를 풀어 내 손에 채워주었다.
그렇게 이어진 끈.
몇 달 동안 만나려 하면 어긋나곤 하던 약속.
그녀가 시조집을 냈다고 하여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 비치시켜 주었다.
문학상에도 추천하여 그녀는 상을 받았다
벼르던 약속, 미루던 약속 —
바람 거친 오늘, 가을 끝자락에
그녀가 집 앞으로 찾아왔다.
우리는 식사와 차를 마시며
헤어질 줄 모르고,
문학 이야기로 목이 아프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
문학을 지팡이 삼아
넉넉히 행복했으면.
그녀의 고운 마음, 넉넉한 경험 —
그래서 연륜은
잘 익은 홍시가 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