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 반달 - 조선의 달이 오늘도

" 위의 사진은 해가 질 무렵, 해무리의 모습"


서오릉 반달

- 조선의 달이 오늘도 떠있네

강소이(한국문학상 대상 수상 시인)


서오릉 하늘에

한 조각 달이 걸렸다.


어제 아라뱃길에서

K시인이 찍은 반쪽 달,

오늘 저녁에도

조용히 떠 있다.


몇백 년 전, 조선 하늘에도 떠서

비단 치맛자락 펼친

인현왕후의 그림자 위에도

은은히 비쳤겠지.

외롭던 인현왕후의

산책길을 오늘도 지키고 있으려나?


그달은

영조의 첫 번째 왕비, 정성왕후에게도

벗 되어

-살아서도 소박을 받고

-죽어서도 남편 곁 아닌 단릉으로

홀로 누워 있는 왕비의 발치를 비추며

그 외로움 속 달은

반쪽 얼굴을 가리고

하얀빛으로 위로를 전했으리라.


가을바람이 서어나무를 스치고

떡갈나무에도 스치며

달빛 속 시 한 줄로 흘러

오랜 시간 왕비를 감쌌으리라


맑은 영혼의 시인이라면

그 하얀 반쪽 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시 한 줄 지어

왕비의 밤길을 비출테지


오늘 저녁 산책길

서오릉 하늘에 반달로 떠서

조선의 궁궐 여인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시인들이여 달빛 하얀

이 밤, 아름다이 산책하소서.

손잡고 함께 걸을 친구 있음이 행복이라오

궁궐, 비단치마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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