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아니 이른
여유가 없었다.
삶에서 뭔가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
삶에서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
삶에서 쉬어 갈 수 있다는 생각
그 모든 게 없었다.
생각이 유난스럽게 많았고
일이 많았고
사람은 없었고
숨 쉴 틈이 없었다.
그런 삶이 좋았다라기 보다는
나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 아이였고
나는 그렇게 일해야 하는 어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여유가 찾아왔다.
이제 뭔가 해도 될 것 같다는 이상한 기분이
비집고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이상하게 이 나이에 불현듯 어쩌다
일이 주는 만족감이 줄어들었고
일을 뺀 내 삶에 뭔가를 이야기할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래서 정말 내가 누군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순간
나는 무얼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처럼
십 년 전과 이십 년 전과 지금 현재 삶이 한 뼘의 차이도 없다.
공간이 달라지지 않았고
물건이 늘어나지 않았고
곁에 사람도 없는
생물학적인 시간은 흘렀지만
정서적인 시간은 멈춰진 상태로
정신은 아이인데 몸은 늙어버린 이상한 어른처럼
그렇게 남들 앞에서 나이에 걸맞은 어른인 척 연기하고 있는
그러다 누가 진짜 내 모습을 알아차리 까봐 조마조마한
우스운 아이어른
그런 나에게 이상한 여유가 찾아왔다.
갖고 싶은 걸 갖고 싶어 해도 되는 거였구나.
물건이든...
누군가의 마음이든...
그러면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아무것도 갖고 싶다 감히 말하면 안 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그래도 되는 거였구나.
그런데 너무 늦어 버린 게 아닐까...
지금 내가 뭔가를 욕심내고 갖고 싶어 하는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