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핸드폰 충전을 안 한다. 근데 볼 건 다 본다. 유튜브 김경필인가 뭔가 옆에서 들리는 소리를 보면 1억 현금을 어떻게 굴려야 잘 굴린다고 소문나는 내용인데 1억이 없는 사람이 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난 그 옆에서 글을 쓴다. 나도 웃기는 놈이다. 옆에서 쫑알쫑알거려도 거실에서 글 쓰는 게 좋다. 데스크톱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면 일단 외로워져서 들어가기가 싫다.
충전 좀 해줘.
충전기가 손만 뻗으면 바로 옆에 있는데 자기 볼 거 다 보고 전화기 휙 던지면서 나보고 충전하라는데 못 들은 척하면 승질부린다. 충전 안 해?
그거 해주는 게 뭐 어렵냐고 TV채널 여기저기 바꿔가며 혼자 구시렁구시렁거리는데… 끝까지 충전 안 한다.
아니 그거 어려운 거 아니니까 지가 지 손으로 충전하면 되는 걸 왜 내가 이런 소리를 듣고 결국엔 충전을 해주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잔여 배터리 12 퍼다. 이해할 수가 없다. 손 지문도 덕지덕지 묻어 있다.
좀 닦으면서 봐라. 드러워 죽겠네.
니가 닦아.
끝이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바로 간다. 제일 예쁠 때다.
나는 조용히 TV 끄고 리모컨을 아침에 찾으니까 머리맡에 두고 글을 쓴다. 부럽다. 진짜 잘 잔다.
나도 자야 하니까 드러운 전화기 닦아주고 옆에 눕는데 귀신 같이 말한다.
고개 절로 해. 코 바람 나.
니가 돌려.
아이씨. 안 돌려?
그러면 내가 등을 돌리고 잔다. 무섭다.
난 손이 항상 차가워서 이 사람 어디라도 좀 만져보려고 했다가는 난리도 난리도 그런 생 난리도 없다. 진짜 드러운 성질 이때 나온다.
난 쉬는 날은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에 깨어나 화장실 불만 켜고 어두운 곳에서 글을 쓴다. 옆에서 자는 사람은 키보드에 소나기가 내려도, 음악을 좀 크게 틀어도 단 한 번도 안 깨고 계속 잔다. 아침이 밝아 오고 음 하면서 기척을 하면 벽시계는 정확히 8시다.
눈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소리는 밥 줘, 밥 했어? 이거다.
난 못 들은 척하고 계속 글을 쓴다.
레미콘. 레미콘 어디 있어?
고개도 안 돌린다. 말만 하면 다 되는 줄 안다. 리모컨을 레미콘이라고 하는데 머리맡에 있는 걸 빨리 안 찾아 주면 또 승질부리니까 재빨리 찾아주고 글을 쓴다.
그러면 또 전화기 그런다.
난 전화기 건네주고 일어나 밥을 한다.
반찬 뭐야?
몰라.
난 당신이 해주는 거 다 맛있어. 암거나 해줘.
10원짜리 비행기는 겁나 잘 태운다.
차려준 밥 잘 먹고 화장실 갈 때 설거지 좀 하라고 말하면 비웃는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는 하지도 마라. 그런 표정이다.
그냥 이런 사람이다.
세상 걱정 1도 없다.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