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그 너머의 무엇을 향해
나의 내부든 타인의 내부든 그 아픈 내부를 들여다볼 힘이 없다면 글쓰기를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더욱더 글 쓸 자격이 없다.
지나간 일은 그저 지나간 일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표면에 대해 혹은 개인의 어떤 겉모습들과 집단에 대해, 그 현상이든 뭐든 찢어발겨서라도 열고 들어가 그 깊은 곳에서 홀로 버틸 대로 버티고 그 심연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
위태로워야 한다. 좀 아프면 어떤가.
발 하나 잘못 내딛으면 골로 가는 그런 아찔한 벼랑 끝에 서서 불안정한 발밑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그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는 반복의 또 반복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본다.
고독감에 패배하고, 아픈 사람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슬픔에 빠져 나약한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글만 남기고 쓸쓸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게 아니면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절대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강인하게 극복해야 한다.
그저 평범한 주제도 특별함으로 바꾸어내고 나약함의 파도도 차례차례 극복해나가야 한다.
밀려오는 그 슬프고 아프고 아린 파도들, 그 너머 어딘가에는 틀림없이 무엇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무엇과 조우하게 될 것이고 난 그 무엇을 나의 열손가락으로 건드려보고 싶다.
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갈수록 폐인이 되어간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딱해 보이고 안 되어 보인다나.
아무 일 없다. 내 정신은 당신들의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다. 그 어떤 시간보다 더 총명하고 눈부신 시간을 달리고 있다. 더 사랑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당신들과 똑같은 사람은 아니잖은가.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마음의 명령 따위 일일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나도 모른다.
슬프고 아프고 아린 파도를 차례차례 극복하고 그 너머의 무엇을 기필코 찾아낼 것이다.
그날은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며, 그 빛은 충만하고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