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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홍화 22화

홍화 #19

사랑

by 임경주

도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홍화. 방금 뭐라고 했어?”

“드린다고요. 제가 가진 절반의 내단이요.”

“그러면 홍화는 아무 것도 없게 되는데? 홍화 나를 믿어?”

“네. 믿고말고요.”

“어떻게 믿어?”

“부용을 베지 못할 때 믿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내가 먹튀하면 어쩌려고.”

“먹튀요?”

“먹고 튄다고.”

“뭘 먹고 튀어요?”

“내단을 다 먹고 도망 가버린다고.”

“내가 지켜본 도령은 그런 사악한 사람이 아니오.”

“홍화 진짜 순진하시네.”

“뭐가요?”

“그 사람이 말이야.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이랑 나올 때 마음이 다르잖아.”

도윤은 초월적인 힘의 맛을 알아버렸다. 그 힘은 사람을 몇 천 번 바꾸고도 또 바꿀 것이다. 검사는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가진 자이고 법을 어기는 자를 기소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가졌다. 이 또한 특정권력이라면 권력이다. 도윤은 이 사회를 위해 정의의 권력을 손에 쥐고 싶었고 이러한 건전한 욕망은 도윤을 노력의 세계로 이끌었다. 공부를 하고 또 했다. 그리고 끝내 그것을 성취했다. 도윤은 올바른 일에 자신이 가진 검찰의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국가가 부여해준 힘 하나도 그것을 가지게 되면 사람은 달라진다. 물론 좋은 쪽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반대로 이 세계의 상식과 논리를 벗어난,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특별한,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초인의 힘을 맛 본 도윤이 언제든지 나쁘게 바뀌어 홍화를 배신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사람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변하니까. 도윤은 도화나무를 눈앞에서 자라나게 할 수도 있고 그 안에 숨을 수도 있다. 특정 과거의 기억을 따라 가다보면 원하는 지점으로 시간이동도 가능하다.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부처로도 변해 과거의 두 신선을 시공을 넘어 소환해냈다.

500년 내단의 힘이었다. 한데, 거기에 500년 내단이 또 들어와 1000년의 내단이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계를 손아귀에 쥐고 호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힘을, 홍화가 다 내어주겠단다. 자신을 믿고.

홍화가 너무나도 예뻐 보이는 순간이었다.

“사실 저도 다 내어주진 않을 겁니다.”

“잉?”

“그건 도령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혹시 모를 앞날을 대비하기 위함인 것이지요.”

“뭐 변수 같은 걸 말하나보네.”

“그렇지요. 예기치 못한 어떤 특별한 일은 반드시 발생하니까요. 만약을 위한 보루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내단은 저의 마음과 같습니다. 한 번 마음을 내주기로 했으면 그걸로 된 겁니다. 도령이 날 버리고 도망쳐도 원망하지 않을 테니 제발 저 동사십낭을 없애버리던지 아니면 저기 저 대륙으로 다시 쫒아내 버리든지 아무튼 어떻게든 처리해주십쇼. 그러면 홍화는 원이 없겠습니다. 부탁합니다.”

도윤이 홍화의 두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었다.

“일어나. 무릎은 왜 꿇어.”

홍화가 일어서자 도윤이 꽉 안아주었다.

홍화의 두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도윤이 자신을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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