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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홍화 21화

홍화 #18

원인과 결과를 벗어난 존재

by 임경주


칠악맹주 우냉선이 동사십낭과 함께 사라지고 없는 황량한 해변에는 절망의 잔해만 남아 있다.

모든 것이 단 3초 만에 끝났다. 도윤은 혼멸검을 쥔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바닥 아래 느껴지는 검신의 따스한 불꽃이 더 이상 따듯하지가 않다. 그의 패배 아닌 패배를 비웃는 듯 차갑게만 느껴진다.

“홍화….”

도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홍화의 이름을 겨우 불렀다. 수십 미터 밖 모래사장 위에 쓰러진 홍화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 혼멸검의 순수한 힘에 의해 내단이 일시적으로 잠겨버린 것처럼 봉인된 것이 아니다. 마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홍화와 도윤의 내단은 서로 공명한다. 홍화의 내단이 소멸되어 버린 듯 조용하니, 도윤의 내단도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 강인한 1000년 세월의 힘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니 도윤은 그저 평범한 인간 그 이하로 무력해 보였다. 도윤의 어깨 위에는 커다란 부엉이로 돌아온 신조만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도윤이 혼멸검을 모래밭에 수직으로 박았다. 힘없는 몸을 이끌고 홍화에게 겨우 다가갔다.

“도련님. 베셔야 해요.”

“도령! 빨리 베시오!”

부용의 간절한 목소리와 홍화의 절박한 재촉이 귓가에 다시 울렸다.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부용의 희생을 헛되게 했고, 홍화에게 두 번째 고통을 안겼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홍화야.”

도윤은 홍화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홍화가 죽은 자처럼 가만히 있다. 홍화는 지금 도윤을 원망하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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