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거리를 재어 봅니다
상처받지 않을 만큼
책임지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에 떨어져
필요할 때만 당신을 찾는
부끄러운 나를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당신 안에 있습니다
당신의 사랑이 너무 커서
당신의 용서가 너무 커서
때론 넘어져 낭떠러지를 굴러도
난 여전히 당신 안에 있습니다
성실치 못한 내 노동으로도
일용한 양식을 얻을 수 있는 건
당신의 계획이 성실한 탓입니다
밤마다 낙심으로 잠들어도
날마다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는 건
날 용서하신 당신 사랑이
한없이 크신 이유입니다
당신께 다가서는 부끄러운 한 발자국에도
그렇게 기뻐하시는 당신의 간절한 기다림 앞에
난 언제쯤 온전한 사랑 고백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나라 문밖에 서서
오늘도 발만 동동거리는
철없는 탕자가 여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