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파도, 움직이지 않는 산
이 판화의 원제는 일본어로 ‘神奈川沖浪裏(가나가와 앞바다의 파도 뒤)’,
영문으로는 The Great Wave off Kanagawa.
국내에선 〈가나가와의 큰 파도〉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글에선 장면의 뜻을 살려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라 부르겠다.
높게 치켜든 물결의 갈고리, 작은 배 세 척, 멀리 삼각으로 선 후지산.
호쿠사이는 파도 속에 사람을 집어넣고,
뒤편에 움직이지 않는 산을 남겼다.
그가 붙잡으려 한 감정은 공포의 과시가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붙드는 마음—무너지려 할 때 더 단단해지는 마음이었다.
호쿠사이는 나이 들어서도 이름을 바꿔가며 새로 시작했다.
같은 산을 다른 날씨와 시간에 반복해 찍어 올리며,
파도와 사람, 그리고 후지 사이의 거리를 조정했다.
파도는 매 순간 무너지고 다시 일어난다.
그 속에서 사람이 붙드는 것이 무엇인지,
그는 화면마다 조금씩 다른 답을 남겼다.
어쩌면 노년의 그에게 후지는
세상과 몸이 흔들릴수록 더 또렷해지는 '마음의 기준'이었을지 모른다.
사람들은 이 그림을 자연의 위력으로도, 인간의 분투로도 읽는다. 둘 다 맞다.
하지만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붙드는 마음'을 본다.
부서지는 물결과 흔들리는 배, 그리고 멀리 선 산—
유지(不動)와 변화가 한 화면에 겹칠 때,
붙드는 마음은 두려움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방향을 세운다.
호쿠사이여, 당신은 공포를 키우지 않았다.
대신, 무너짐과 버팀을 한 화면에 놓아
우리가 오늘의 파도 앞에서도
작게나마 붙들 것을 찾게 해 주었다.
파도가 덮쳐 와도
나는 배를 붙든다.
멀리 선 그 산처럼
오늘의 마음을 세운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한 번 더 나아간다.
—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기억하며
함께한 작품 :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후가쿠 36경》 중), 1830–1832
형식 : 다색 목판화(니시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