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삶은, 음식>

밥은 삶을 데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

by Mr Godot

나에게 있어 밥은 그 무엇보다 앞선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아내는 내 밥 타령이 지겹다 하지만,
나는 배가 고파서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의무처럼 무엇인가를 입에 넣는다.

먹는 일은 나에게 단순한 생리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같이 치르는 작은 의식이며,
삶과 순간을 이어주는 기억의 매개체다.
그래서 밥이 중요하고, 음식이 소중하다.

나는 여행지도 그곳에서 먹은 음식으로 기억하고,
만난 사람도 그와 함께 무엇을 먹었는지로 기억한다.
군 시절의 첫 외박 날,
허기진 몸으로 시내에 나가 시킨 짜장면 곱빼기.
기다림 끝에 나온 그 한 그릇을,
그날의 햇볕과 함께 아직도 기억한다.
또 한때는 자취방 부엌에서,
김치볶음밥을 볶으며 나만의 세상을 꿈꾸었다.
그 냄새와 맛은 지금도 내 청춘의 온도를 말해준다.

사람은 때로 삶을 여행에 비유하고,
때로는 도전에 견주지만,
나에게 삶은 ‘배고프기 전과 후’로 나뉜다.
배고플 때는 철학이 필요 없고,
배를 채운 뒤에야 비로소
사람을 이해할 마음이 생긴다.

된장찌개는 어머니의 손 길 같고,
김치찌개는 불같은 사랑과도 같다.
갓 지은 밥은, 아무리 힘든 날에도
‘그래, 아직 살 만하다’는 위로를 준다.
계란후라이는 세상에서 가장 둥근 위로다.

인생도 음식과 같다.
너무 뜨거우면 불을 줄이고,
싱거우면 소금을 치면 된다.
오래 끓이면 탈 수 있으니,
가끔은 저어 주고,
웃음 한 숟갈을 잊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나는 ‘삶은, 음식’에서
내 삶의 곳곳에서 함께 짝지어진 음식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음식들은 단순히 배를 채운 끼니가 아니라,
나를 살게 한 계절이고, 나를 견디게 한 순간들이다.

삶은, 음식.
그 이름으로 불러도 좋은 나의 이야기,
이제 그 첫 장을 펼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