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 08

유입부터 결제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하기

by 김도윤

나는 광고와 제품을 따로 떼어놓고 보는 시선에 익숙해져 있었다. 광고는 ‘어떤 가치를 던졌을 때 가입 전환이 높아지는가’를 파악하는 일이고, 구매는 결국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에 의해 결정되는 영역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고는 유입을 만드는 장치고, 제품은 그 품질을 통해 구매를 책임지는 구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이 관점이 흔들리게 됐다. 광고에서 특정 가치를 제안했을 때, 그 가치를 보고 들어온 사용자가 서비스 안에서도 즉시 같은 가치를 체감하고, 그 경험이 또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비로소 구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그먼트마다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유입된 사용자들을 모두 동일한 랜딩 페이지와 온보딩에 태우고 있다는 점을 다시 보게 되면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느껴졌다.


유저가 광고를 클릭한 순간부터 결제 버튼을 누르는 마지막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은 하나의 구조다. 그 안에서 어떤 부분은 광고가 맡고, 어떤 부분은 제품이 맡고 있을 뿐인 것이다. 나는 사용자에게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이전 실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 제안을 설정하면, 그 가치를 중심으로 랜딩페이지와 온보딩 같은 초기 경험을 어떻게 설계해야 사용자가 그 기대를 자연스럽게 이어받을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보고 있다. 광고로 전달한 약속이 제품 안에서 바로 확인되고, 그 경험이 끊기지 않고 결제까지 이어져야 비로소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마케팅과 제품을 따로 보던 관점을 놓고 나니, 사용자 여정 지도라는 개념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유입 - 제품 경험 - 결제로 이어지는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흐름이라는 걸 깊게 이해하고 나니까, 어떤 지점을 개선해야 하는지 훨씬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다. 최근에는 “우리가 던진 메시지가 실제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나?”, “유저는 어느 지점에서 멈추지?”, “그 멈춤은 어떤 불일치에서 발생했지?” 같은 질문들을 중심으로 우리 제품을 바라보게 되었고, 이런 질문들을 통해 전체적인 제품 개선과 마케팅 효율 개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광고는 하나의 약속을 전달하고, 제품은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는 이 두 단계를 분리해서 경험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길로써 따라 이동하며 자연스럽게 판단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길이 매끄럽게 이어지는지, 끊겨 있지는 않은지, 약속과 실제 경험이 충돌하지는 않는지—이걸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요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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