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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Jan 14. 2021

당연히. 자전거 쫄쫄이를 입습니다

[자전거를 생각합니다]#5. 불쾌하다고요? 빕숏에 대한 얘기들.

글 쓰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엔 몸 쓰는 일을 즐기는 직장인. 로드바이크에 입문한 지 올해로 만 2년 차. 많은 이들과 함께 달리며 얻는 정보들과, 안장 위에서 하는 짧은 생각들을 공유하려 씁니다. 자전거와 운동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 1회 연재가 목표. 글감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너도 그럼 그 쫄쫄이 입고 타는 거야?"


취미로 자전거를 탄다고 하면 흔히 듣는 질문입니다. 만 2년 타면서 얼마나 들었는지 셀 수도 없네요. 남녀 불문하고 물어보는 분들 대부분 호기심 어린 눈빛과 함께 조심스레 물어보는 게 포인트입니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 이젠 물어보는 목소리 톤에서 그 질문을 하는 이면의 감정까지, 혹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미지까지 연상이 될 정도입니다. 질문을 함과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리시는 것은 아마 이 사 진일 겁니다.

연예인 최시원 씨의 '포춘쿠키' 사진

중요 부위가 깊게 접혀 들어가는 저 사진. 이른바 '포춘쿠키'로 유명한 사진이죠. 저 사진을 생각하시며 물어보시는 거겠죠. 너도 저런 모습인 거냐. 뭐 그런 질문.


“네.  맞습니다. 저도 쫄쫄이를 입습니다.”


로드 자전거에 입문한 이후 항상 저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물론 최시원 씨와 같은 모양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데요.


대부분의 쫄쫄이가 저런 모습을 연출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최시원 씨가 바지를 뒤집어 입어서 유독 저렇게 도드라진 것이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로고 모양이나, 자전거 바지의 평소 모습을 생각해보면 뒤집어 입기란 사실 불가능해서, 유독 저 바지의 앞섬이 크고 아름답게(?) 디자인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전거 쫄쫄이 = 빕 혹은 빕숏


최시원 씨가 착용한 저런 형태의 자전거 바지를 '빕숏'(Bib Shorts)라고 부릅니다. 반바지라는 뜻의 '쇼츠'(shorts)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원래는 자전거를 위해 패드가 삽입된 쫄쫄이 바지를 '빕'(Bib)이라고 부르고, 이 중에서도 반바지 형태의 바지를 빕숏이라고 합니다.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Rapha의 빕숏

빕의 재질은 레깅스와 비슷합니다. 몸에 딱 달라붙으면서, 근육을 잡아주는 기능을 하죠. 그래서 빕, 빕숏을 두고 '자전거용 레깅스', '자전거용 쫄쫄이' 이렇게 부르는 분들이 많이 있죠.


하지만 빕이 레깅스와 다른 점이 크게 두 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패드, 하나는 멜빵입니다.


① 패드

우선 패드는 말 그대로 패드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패드 덩어리가 엉덩이 안쪽에 박음질되어 있습니다. 저 상태 그대로 입는 건데요. 자전거 의류를 착용할 때는 속옷을 따로 착용하지 않으니 저 부분이 그대로 살에 닿습니다.

빕 패드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물건이 잘못된 줄 알았으니까요. 다리 사이 부분에 저런 부분이 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재질이 보들보들하고 좋습니다. 한 번 입은 뒤론 아무런 의식 없이 입을 정도이니까요.


입었을 때 포춘쿠키라고 불리는 모양. 그러니까 앞뒤 부분이 접혀 있는 듯 한 모양이 되는 것도 이 패드 때문입니다. 저 패드도 여러 겹의 소재로 이뤄져 있는데요. 살과 닿는 부분은 부드럽지만, 안쪽은 단단한 재질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사이클링 의류 브랜드 La passione에서 설명하는 패드 구조

솔직히 아직 소재까지는 잘 알지 못하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여러 겹의 소재를 겹치고 압축시켜 만든 패드입니다. 그래서 만져보면 부드럽다는 느낌보다는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패드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경험으로는 사이클 의류 브랜드도 많고, 사이클 역사가 오래된 이탈리아에서 많은 종류의 패드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 제품 중에서도 '수입산 패드'를 사용했다고 표시돼 있는 경우엔 이탈리아산 패드인 경우가 많고요. 국산 패드도 많이 있습니다.


② 멜빵

빕, 빕숏의 또 다른 특징은 멜빵입니다. 멜빵이 없이 패드만 있는 쫄쫄이는 보통 '패드 바지'라고 불리는데요. 확실히 빕숏과 다릅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빕숏이 좀 부담스러운 경우 이런 패드 바지를 구입하기도 하는데, 결국 빕숏을 사게 됩니다. 이중 지출을 막는 게 좋겠죠.


멜빵은 빕숏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아무래도 상체를 깊이 숙이고, 다리를 움직이게 되는  로드 자전거의 특성상 멜빵이 없으면 허리 부분이 조금씩 내려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괜찮지만, 점점 내려가다 보면 허리가 허전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거기서 좀 더 내려가면 뒷사람에게 자신의 엉덩이 골을 보여주게 되는 참사가 발생하죠. 타는 도중에 한 번씩 추켜올리면 되긴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내려가버리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습니다. 중간에 내리기도 힘들고요.


그리고 멜빵은 빕숏의 허리 부분부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배꼽 위까지 천으로 덮은 뒤 올라가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가려줍니다. 위쪽에 있는 빕숏 착용 사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특히 상의, 즉 저지가 짧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지가 가리지 못하는 부분을 빕숏의 멜빵 연결 부분이 가려줍니다.


저지가 왜 짧은지에 대해서는 저지 편에서 또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역시 자전거 탈 때의 자세와 공기저항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 빕숏을 입을까


왜 빕숏을 입는지도 알아봐야겠죠. 대부분의 스포츠 의류가 그렇듯 빕숏 역시 기능을 위해 입습니다. 운동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서죠.


우선 통증입니다. 엉덩이 부분의 패드가 안장 위에 앉았을 때 생기는 통증을 줄여줍니다. 물론 안장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한데요. 자신에게 잘 맞는 패드가 달린 빕숏을 고르는 것도 안장만큼 중요합니다.


특히 로드 자전거의 경우 안장이 단단하고 좁은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자전거를 일반 레깅스나 운동복 바지를 입고 오랜 시간 타게 되면 고통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빕숏을 입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둘째로는 자전거가 반복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1초에 1번 이상 다리를 움직이는 초고반복 운동이기 때문에 바지가 헐렁거리면 불편합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너풀거리면 신경도 쓰이고, 저항도 심하죠.


불편함을 넘어서 몸에 딱 붙어있지 않으면 옷감이 반복해서 몸을 스치며 허벅지 안쪽이나 사타구니에 상처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입문을 하셨다면, 빕숏 하나쯤은 추천합니다. 꼭 저지까지 입지 않더라도 말이죠. 위에 티셔츠를 입어도 괜찮습니다. 유난 떠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가를 할 때 요가복을 입는 것만큼이나, 헬스장에서 헬스 장갑을 착용하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운동 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빕숏 입고 어디까지 가봤냐고?


입문 후 빕숏 구입을 주저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시선 때문에 고민합니다.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안장에서 내려와서는 너무 민망하지 않을까 등의 고민이죠.


포털 사이트나 자전거와 관련된 커뮤니티 게시글에도 이런 비난(?)에 가까운 글들이 종종 보이죠. 뭐 대충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들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비슷한 내용입니다. '안구테러'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글들도 많습니다.


특히 남성 비중이 더 많다 보니 이런 비난 아닌 비난이 더 쏟아지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혐오이죠. 어떻게 남자가 쫄쫄이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느냐는 식인데요. 최시원 씨의 포춘쿠키가 많이 회자된 것도 이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신경 쓸 일인가 싶습니다. 내가 빕숏을 입는다고 누구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물의를 빚을 만큼의 과도한 노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요부위가 훤히 보이는 복장도 아니고 말이죠.


그리고 사실 온라인에야 혐오가 넘실거리지만, 현실에선 아무도 우리의 복장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시선을 보내는 것 부터가 무례하죠.


저는 라이딩 후 카페에 잠시 들르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종종 동호회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자연스레 카페나 식당을 찾게 되는데, 아무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종종 땀냄새가 너무 날까 싶어 주의를 하기는 합니다만, 복장을 두고 남들의 시선은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커플들이 가득한 카페든, 이태원의 핫한 햄버거 가게이든, 마트이든 서점이든. 자전거를 세울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들어갑니다. 일부러 과시(?) 하지도 않지만, 위축되지도 않고요. 그냥 운동복이니까요.


사실 저도 막 입문했을 때는 마치 온라인에서 '혼밥 레벨'을 정하듯 동호회원들에게 '빕숏 입고 어디까지 가봤느냐'는 질문을 하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한 2년 되니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디를 갈 수 있는지는 빕숏의 문제가 아니라,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였습니다. 도난의 위험이 없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아무튼 남들의 시선 때문에 빕숏을 고민한다면, 시간낭비인 것 같습니다. 누가 뭐라고 한들, 어쩌겠습니까. 내 몸을 위해서 하는 운동인 것을요.


적절한 운동을 위해서 적절한 장비를 이용하는 것은 당연하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운동이든 그렇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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