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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Feb 03. 2021

자전거 네 달, 10kg 다이어트

[자전거를 생각합니다]#6. 몸에서 삼다수 5병을 떼어내면 생기는 일

글 쓰는 일을 하지만, 퇴근 후엔 몸 쓰는 일을 즐기는 직장인. 로드바이크에 입문한 지 올해로 만 2년 차. 많은 이들과 함께 달리며 얻는 정보들과, 안장 위에서 하는 짧은 생각들을 공유하려 씁니다. 자전거와 운동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 1회 연재가 목표. 글감은 언제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시즌을 마감한지도 두 달. 다시 슬슬 늘어나는 몸무게를 보며 올해 여름 진행했던 다이어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자전거를 타는 분들 대부분 운동 목적일 테고. 운동의 목적 대부분이 체중 감량이죠. 물론 체중 증가를 위해 운동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현대 직장인의 일반적인 삶 속에선 운동의 목적은 대부분이 감량입니다.


하지만 운동의 목적이 반드시 체중 감량(이하 다이어트)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건강해지기 위해'라는 모호한 표현도 있지만, 체중감량이 반드시 건강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하나의 핑계가 되기 때문이죠. 이 글 역시 다이어트를 권하거나, 찬양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냥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일 뿐이고, 감량의 목적 자체가 아예 달랐기 때문이죠. 


살을 빼면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건 제 주관적인 의견이니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살 좀 빼라'를 비롯해 누군가의 체중변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더 조심스럽고요.


애초에 이번 편이 "그러니까 너도 살 빼봐"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몸매나 건강을 위해서라면 더더욱요. 모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기도 하고요. 체질도 제각각이죠. 


그래서 그냥 자전거를 이렇게 타면 살이 빠지는구나, 혹은 아 자전거 타는 입장에선 체중 감량이 이런 의미가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전거 이야기니까요.



시작은 79kg


2020년 3월, 시즌 온을 했을 무렵 제 체중은 79kg였습니다. 키는 177cm인데요. 이 키에 평균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주변에 체중을 공개하면 "생각보다 많이 나가네?"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정도의 체형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방학이면 헬스장을 찾아 가슴! 팔! 만 부순 덕에 상체에 근육이 좀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덕분에 체중에 비해 크게 덩치가 있는 편은 아니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이 체중은 20살이 넘어서는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10년도 훌쩍 넘네요. 체중계를 작년에 처음 사 본 덕에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조금 빠질 때엔 76kg 정도, 늘어나도 80kg는 넘지 않는 정도였죠. 

69.5kg 기록 당시

그리고 작년 7월 자전거를 정말 열심히 타던 여름 체중계에 69.5kg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 뒤로 운동 직후엔 68kg까지도 갔지만, 이건 자전거를 몇 시간 타면 수분이 쭉 빠져버리기 때문에 생기는 착시라서 69kg 정도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어떻게 탔나


사실 많이 탔으니 많이 빠지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적게 타고 10kg 뺀 비법' 이런 게 아니라. 그냥 '10kg 다이어트'인 것입니다. 비법은 없습니다.


거의 매주 주말 하루는 100km 이상의 장거리 주행을 하였습니다. 평일은 주 2~3회 정도 야간 라이딩을 했고요. 어찌 되었든 주당 300km씩은 꼬박꼬박 라이딩을 했습니다. 


칼로리 소모를 보겠습니다. 주말은 여기저기 다녀서 대중없기는 한데요. 100km~120km 정도를 타면 2500~3000cal을 소모합니다. 같이 타는 분들의 기록을 봐도 비슷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거리가 길다 보니 전력을 다해서 타지는 못합니다. 


평일 밤엔 주로 집(잠실)에서 남산을 다녀오는데요. 거리로는 40km 정도입니다. 1000cal 정도를 쓰고요. 남산은 보통 기록을 내기 위해서 열심히 올라가기 때문에, 거리에 비해서 많은 칼로리를 소모합니다. 남산 코스를 살살 타면, 집으로 오가는 평지에서라도 열심히 타고요. 이래저래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사실 칼로리 소모량을 찾아 적어두긴 했지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릅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다른 운동과 비교했을 때 많은지 적은지도요. 성인 남성 평균 1일 기초대사량, 그러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소모되는 게 1700cal 정도라고 하죠. 이와 비교하면 그래도 꽤 에너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



왜 감량하나


시즌을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살을 빼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됐는데요. 몸매를 위해서도, 건강을 위해서도 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전거를 더 잘 타고 싶어서'였죠. 


그래서 이 글이 다이어트와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목적 자체가 일반적인 다이어트와는 달랐기 때문이죠. 다이어트를 찬양하는 글은 맞지만. 전혀 권하는 내용은 아니죠. 다들 목적이 다르니까요.


아무튼 돌아와서. 살을 빼게 된 계기는 좀 더 가볍게 언덕을 올라가고 싶어서였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산지가 많은 환경이다 보니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어떻게든 언덕을 오르게 됩니다. 특히 주말에 자주 가는 팔당~가평 인근은 '5고개' '7고개' 이런 식으로 언덕을 패키지로 다니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라면 학교 가듯 가는 '남산-북악' 코스 역시 모두 언덕이고요. 그런데 이 언덕을 잘 오르려면 체중이 가벼운 게 아무래도 유리합니다. 덩치가 좋아도, 타고난 힘으로 휙~ 잘 올라가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론 가벼운 게 좋죠.


특히 남산의 경우 특정 구간을 몇 분 안에 들어왔느냐를 두고 일종의 '실력 측정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목표하는 기록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살을 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목표는 6kg 감량할 무렵 달성하긴 했는데요. 그 뒤로도 무진장 타다 보니 더 빠져서 10kg를 다이어트하게 된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6kg가 얼마 안 되는 것 같긴 하죠. 다이어트 프로그램 광고를 보면 10kg, 20kg 뭐 이런 감량 사례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는 매우 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비유인데요. 우리가 흔히 마시는 삼다수 생수를 생각해보죠. 2L 한 병이면 거의 2kg이 됩니다. 이 물통 3개를 몸에서 떼어낸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언덕길에서? 상당히 가벼워지겠죠.


사실 무게가 빠졌을 때는 별로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빠지니까요. 그런데 유난히 길었던 올해 장마철을 딱 지나고 나니 3kg 정도가 다시 늘었습니다. 그러고 같은 남산을 오르는데 확연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삼다수 물통 1개 반을 몸에 달고 언덕을 오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체중 감량은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는 행위 말고 다른 것 없이 실력이 꽤 향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자전거 부품을 가볍게 하기 위해 꽤 많은 지출들을 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가성비도 좋습니다.



얼마나 먹나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겠죠. 운동 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가 많은 차이를 가지고 올 텐데요.


직업(기자) 특성상 약속이 많아, 식단을 관리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냥 신경 안 쓰고 먹고, 마시고 즐겼습니다. 특별히 과식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소식하지도 않았죠. 


제가 생각하기에 식습관이 그리 건강한 편은 아닌데요. 굳이 샐러드 같은 것은 찾아 먹지 않고, 2주에 한 번 정도는 치킨을 꼭 시켜 먹습니다. 빵, 떡을 무척 좋아해서 거의 하루 한 끼는 고탄수화물식을 하는 수준이고요. 


그래서 딱히 식단에서는 감량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운동량이 늘어서 빠진 것 아닌가. 이렇게 추측할 뿐입니다.


단적으로 비교하면 2019년엔 시즌 내내 별 체중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마 적당히 타고, 적당히 잘 먹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2020년엔 2019년에 비해 4배 정도 자전거를 더 탔습니다. 당연히 에너지 소모도 컸겠죠.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지켰습니다. 운동을 마쳤다고 해서 특별히 더 먹지는 않았습니다. 같이 자전거를 타시는 분들 중에는 운동을 하고 나면 음식이 끝도 없이 들어간다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오히려 운동을 속된 말로 빡세게 한 날엔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문제는 다음날, 그리고 다다음날인데요. 일주일로 치면, 주말에 운동한 뒤 월요일 화요일이죠. 정말 입맛이 미친 듯이 돕니다. 특히 탄수화물이 엄청나게 당기죠. 먹는 족족 소화되는 기분이라 막 먹어도 될 것 같고요.


그럴 때에도 그냥 평소대로 먹었습니다. 안 먹으려고 꾹 참기보다는 그냥 평소대로 먹는 게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물론 가끔 과식할 때도 있었지만, 어차피 살 빼려고 자전거 탄 것이 아니어서. 크게 무리는 안 되었습니다. 


평일에도 저녁에 자전거를 타고나면 아무래도 야식이 당기는데요. 특히 자전거를 다 타고 집에 들어올 무렵이면 치킨 생각이 엄청나게 납니다. 


하지만 그때 먹고 나면 다음 날 속이 불편하니, 그냥 편의점에 들러 단백질 음료를 먹고 말았습니다. 살을 빼야 하니 먹지 않겠다! 보다도, 그냥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한 시간이라 참았던 것 같네요.


결국 '운동하고 야식 먹지 마라'는 결론이 되어버린 것 같기는 한데요. 아무튼 중요한 건 평정심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일주일에 하루쯤 운동을 좀 많이 했다고, 몸이 긴급하게 더 많은 에너지 섭취를 요구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제 생각과 경험입니다. 



일상에서의 변화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는 직장인 입장에선 사실 10kg가 빠진 들 별로 달라질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오가다 만나는 회사 선후배들이 "살 빠진 것 같다", 혹은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라고 묻는 것 외에는요.


대부분 걱정이었는데요, 아마 애가 살은 빠지고 얼굴이 시커멓게 타버려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뭐 몸이 가벼워진다! 이런 느낌도 안장 위 말고는 별로 없습니다. 자전거 탈 때 외엔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죠. 아 허리는 확실히 줄어들어, 벨트를 졸라매고 다녀야 했습니다. 


바지를 다시 다 사야 하나 싶긴 했는데. 어차피 시즌이 끝나면 다시 찔 것 같아서 안 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예상대로 다시 몸무게를 회복했죠. 


건강검진 결과 약간의 개선은 있었습니다만. 그날그날의 컨디션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선된 것이었습니다. 10kg의 감량이 드라마틱한 몸의 건강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곧 시즌이 다가오네요. 이번 시즌은 또 얼마나 변화가 생길지,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변화가 있으면 또 체중과 관련한 글을 남겨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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