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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이 러너 Jan 06. 2021

자전거, 1시간에 20만원 주고 배우기

[자전거를 생각합니다]#4. 운동, 제대로 배우는 것에 투자하기

좀 자극적인 제목입니다만. 자전거를 '제대로' 배우는 일에 대해 한 번 다뤄보게 됐습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스타트업이 속속 생기면서 뭐든 돈 내고 배우는 일에 익숙한 시대인데요. 그럼에도 운동, 특히 자전거만큼은 돈 내고 배우는 것에 인색한 시선들이 있죠.


우리가 자전거를 배우는 경로는 보통 이렇습니다. 5~6살쯤 보조바퀴가 달린 소위 '네발 자전거'를 타다가, 7~8살쯤 보조바퀴를 떼면서 두 바퀴만으로 달리는 데 성공하죠. 처음 한두 번은 넘어지기도 하는데, 부모님이 몇 번 잡아주고 나면 알아서 잘 달리게 됩니다.


'배운다'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자전거 교육은 그렇게 끝입니다. 그 뒤론 그냥 되는대로 '철티비'라고 불리는 유사 MTB 바이크를 타고서 동네를 쏘다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세워둔 자전거를 도난당하고. 그래서 안 타다가, 부모님이 신문 구독이라도 해서 자전거가 생기면 타고. 그렇게 자전거는 삶의 주변을 맴돌죠.


그런데 뜬금없이 자전거를 돈 주고 배워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요. 나는 이미 7살에 완벽한 직진과 유턴까지 마스터한 '자전거 신동'인데 말이죠. 가끔 따릉이를 타고 한강변에 갈 때에도 조금 비틀비틀 하지만, 이내 잘 달리는데 굳이 자전거를 배워야 할까 싶습니다.


물론 따릉이에 만족하시는 분들에겐 해당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운동을 대하는 태도 전반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한 번 얘기나 들어보고 가셔도 좋겠습니다. 다른 운동에도 적용되니까요. 또 따릉이를 사랑하고, 따릉이에 만족하는 분들을 위한 글은 따로 한 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돌아와서. 오늘 주제와 관련 있는 분들은 본격적인 운동으로서 자전거를 접하신, 혹은 즐기시는 분들입니다. 특히 막 입문해서 '피팅'(Fitting)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서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주관적인 견해가 대부분이니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피팅은 왜 해야 할까?


로드바이크에는 피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어 그대로 자전거의 안장, 핸들바 위치 등을 조정해서 내 몸에 딱 맞추는(Fit + ing) 행위인데요. 이는 내 몸, 특히 관절을 위해서 필수적인 부분입니다. 피팅 없이는 정말 안장 위에 앉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클릿 슈즈를 이용하는 분이라면요.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전거가 고 반복 운동이기 때문인데요. 평균적으로 달릴 때 1초에 한 번 이상 페달을 굴립니다. 이때 자전거가 내 몸에 딱 맞지 않으면 무릎 관절, 고관절, 허리 등에 끊임없이 무리가 가죠. 운동해보려고 자전거 탔다가, 관절을 더 빨리 소모하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망가진 모터를 끊임없이 돌린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그래서 피팅이 필수입니다. 우선 기본적인 피팅은 보통 자전거 구입 시, 구입처(샵)에서 기본적으로 이뤄집니다. 운동용으로 구입하는 자전거는 같은 모델, 같은 디자인이어도 사이즈가 다양하게 나오는데요. 우선 적절한 사이즈를 고르는 것부터 피팅의 시작입니다. 적절한 사이즈를 찾는 부분은 또 나중에 다뤄 보겠습니다.


적절한 사이즈를 찾고 나면 그다음엔 기본 피팅, 이른바 '출고 피팅'이 시작되는데요. 주로 안장 높이를 조절하는 정도에서 이뤄집니다. 페달을 굴리는 원운동을 할 때 무리가 가지 않는 무릎 각도가 나오도록 안장을 높이거나, 낮춥니다.


사실 로드바이크는 안장의 높낮이 외에도 안장의 앞뒤, 핸들바의 각도, 심지어 브레이크 레버의 각도까지 모두 조절이 가능한데요. 보통 샵에서 처음 이뤄지는 간단한 피팅은 이는 조절하지 않습니다. 그냥 모두 '중립' 값에 맞춰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전거 피팅/Cycling Weekly

다른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샵 미케닉 분들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영역이 달라서죠. 미캐닉은 자전거의 정확한 조립과 수리에 특화한 분들입니다. 세밀한 피팅까지 완벽하게 서비스하기엔 경험도, 장비도 부족한 경우가 많죠.


물론 이 정도 피팅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죠. 그래서 이런 상태를 저는 '최소한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는 상태'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장거리 라이딩을 하거나, 격렬한 라이딩을 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죠. 혹은 라이딩 후 어깨나 허리에 근육통이 자주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입문 후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커뮤니티 등을 기웃거리다 보면 계속 눈에 밟히는 단어가 피팅입니다. "피팅을 다시 받아야겠다"라든지 "피팅 한 번 받아봐라"라는 글이나 대화들이죠. 이쯤 되면 대체 피팅은 뭐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팅은 자전거 안장 위에 오른 이상 정기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해야 하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스스로 하든, 남의 눈과 손을 빌리든 말이죠. 한 번 정한 피팅 값이라고 해서 천년만년 가지 않습니다. 내 몸이 자전거에 적응하고,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생기는 몸의 변화에 따라 피팅은 끊임없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피팅은 밀리미터(mm) 단위로 움직입니다. 물론 자전거를 오래 탔고, 많은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피팅을 하기도 합니다. 공구를 갖추고 안장을 앞으로 5mm 당겨서 타보기도 하고, 뒤로 밀어서 타기도 합니다. 핸들바를 3도 낮추기도 하고, 안장 높이를 2mm 높인 뒤 변화를 찾아보기도 하죠.


이 작업이 입문자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 피터(Fitter)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꽤 비쌉니다.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피팅 작업을 하는데 20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1회 피팅에 10만원 이하의 가성비로 유명한 곳도 있지만,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피팅은 어디서 어떻게 받을까?


피팅의 방식은 다양합니다. 주로 샵에서 이뤄지는 피팅을 별도의 특수 장비를 이용하는데요. 어깨너비, 골반 너비 등 신체 곳곳을 측정한 뒤 이 값을 컴퓨터에 집어넣어 기본적인 조정을 합니다. 그 뒤에 골반, 무릎, 발목 등 곳곳에 스티커를 부착하고, 카메라를 통해 각도 변화를 기록한 뒤 컴퓨터가 산출하는 대로 자전거 각 파츠(parts)를 조정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피팅 예시

이 경우 피터의 눈썰미나 경험도 중요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계산에 의존하게 됩니다. 주로 스페셜라이즈드나 트렉과 같은 유명 브랜드 전문 대리점에서 이뤄지는 방식입니다. 각 브랜드에서는 이 피팅을 위한 프로그램과 툴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죠. 스페셜라이즈드는 리툴(Retul fit), 트렉은 프레시전(Precision fit)으로 부릅니다.


이 경우 장점은 피팅 값이 매우 정확하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이용해 정확한 값을 산출하다 보니, 한 번 값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자전거에 타든 이를 적용할 수 있죠. 추후 피팅을 받을 때에도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에 변화를 파악하기 용이합니다.


다른 방법은 피터의 경험과 눈썰미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피팅을 경험한 피터의 경우 이런 장비 없이 페달 굴리는 모습, 발목의 각도, 골반의 위치 등을 눈으로 보고 조정을 하는데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슬로모션 비디오로 촬영한 뒤 이를 보면서 피팅 값을 조정합니다.


물론 눈으로 보고 피팅 값을 조절한 뒤에도 기계를 이용해 최종 점검을 합니다. 레이저 장비 등을 이용해 무릎의 가동 범위나, 신체 밸런스 등을 확인하는 거죠. 측정을 기계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대충 피팅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피팅 경험은?


저는 입문한 지 3년 차인데요. 출고 피팅을 제외하고 총 2회의 피팅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트렉 자전거를 취급하는 샵에서 측정 장비와 컴퓨터를 이용한 피팅을 받았고. 두 번째는 프로 사이클링 선수 출신의 코치에게서 받았습니다. 둘 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우선 첫 번째 피팅은 중고 자전거 구입 후 받았는데요. 자전거와 관련한 제 신체 사이즈를 모두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론 잘 모르고 구입했던 중고 자전거가 제 신체 사이즈에 비해 조금 작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피터님의 도움으로 파츠를 최대한 조정해 우선은 크게 무리 없이 탈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15만원 정도를 지불했고, 측정하고, 제 자전거를 조정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총 2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부품을 교환하라거나 하는 요구도 없어서 좋았습니다. "이후에 자전거를 구입하실 때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쓰시라" 정도의 말만 들었네요.


아무튼 이 피팅 값 덕분에, 두 번째 자전거를 구입할 때엔 훨씬 편하게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집 근처 샵에 제 신체 사이즈, 핸들바 사이즈, 크랭크 길이 등을 전달하고, 이에 꼭 맞는 사이즈의 자전거를 얻을 수 있었죠. 필요한 경우에 부품을 교체하기도 했고요.


두 번째 피팅은 새로 산 자전거를 3개월 정도 탄 뒤에 진행했습니다.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요. 첫 번째 피팅 이후 자전거를 엄청나게 많이 타면서, 유연성이 길러진 것도 있고, 좀 더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원래는 첫 번째 피팅받았던 곳으로 다시 갈까 했는데, 동호회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코치님이 운영하는 '로라방'(자전거용 헬스장 개념)에서 진행하는 피팅이었는데요. 회원들에게는 할인이 있지만, 저는 회원이 아니어서 20만원을 주고 진행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전거에 오르기도 전에 우선 제 발을 만지시며 사이즈를 다시 측정하고, 양 발의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당장 클릿슈즈의 클릿 위치부터 바뀌었습니다. 이후에도 피팅은 전체적으로 기계를 사용하기보다 코치님의 경험과 둘 사이의 대화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거울을 봐가며 계속해서 페달을 굴리고, 조금씩 안장 위치를 옮겨가며 최적의 자세를 찾아갔죠.


이런 느낌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또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이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저의 경우엔 자전거를 타다 보면 오른쪽 무릎 부분 안쪽이 프레임에 닿는 현상이 있었는데, 그저 힘이 빠져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골반이 살짝 뒤틀려 있는 데다, 오른발이 살짝 작기 때문에 신발의 위치가 더 밖으로 나와 있어야 하더군요.


양 발의 클릿 위치가 전혀 다르더라고요. 클릿 슈즈를 사면서 중립 피팅을 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왼발은 맨 뒤로, 오른발은 맨 앞으로 밀려 있다고 하면 이해가 편하실 겁니다. 이외에도 브레이크 레버 위치도 좀 조정이 되고, 안장도 3mm 정도 더 올라갔습니다.


피팅 이후 기록이 눈에 띄게 향상이 되었고, 자전거를 오래 타도 근육에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주변에도 선수, 혹은 선수 출신에게 피팅을 받아 보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비록 지출이 조금 있더라도 말이죠.



운동이니까, 더더욱 배우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운동을 배우는 것에 주저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특히 돈을 내고서 배우는 일에 대해서요. 주변을 둘러보면 기술에 돈을 지불하는 것에 은근히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는데요. 운동에 대해서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이거 뭐 그냥 하면 되지", "그냥 하다 보면 늘지 뭐"라는 식이죠. 특히 7살쯤에 '그냥' 타다 보니 타게 된 자전거의 경우엔 이런 생각이 더 심한 것 같고요. 주변에도 자전거 배우는 데에 20만원을 썼다고 하면, 비(非) 자전거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PT를 열심히 받는 헬스인이나, 레슨이 필수라고 하는 골프인 정도만이 "오 자전거에도 그런 게 있구나"라고 공감을 표하는 정도랄까요. 그들도 역시 프로나 선수 출신에게 배우면 확실히 다르다는 간증을 하곤 합니다. 프로들이 쌓아온 경험치는 어느 종목이든 동호인 수준과는 비교 불가이니까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할 때엔, 어떤 운동이든 돈을 내고 배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말이죠. 이왕 운동을 시작했다면, 그리고 오래 할 생각이라면 안전하고 부상 없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몸이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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