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린 시절,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꽂혀 있었지만,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교과서마저도 내 의지로 끝까지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수학의 정석은 집합 부분까지만 까맣게 너덜거렸고,
영어 문법책은 5 형식부터 하얗게 보였던 것 같다.
어머니는 늘 책을 읽으라 권하셨지만,
나는 늘 외면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유년시절,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웃기는 걸 좋아했던 내가.
지금은, 사람들과 섞이는데 지쳐있고,
우스운 사람이 돼버린 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책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는 그냥 일기를 써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써보는 거다.
내 이야기가, 나의 소중한 하루가 세상에 나오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고작 내가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냥 한번 써보기로 했다.
혹시나 나 같은 사람이 있다면,
그저 편하게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 그냥, 한번 써보는 거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