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반증 일기-2] 이상한 환대, 그리고 입원

by 흔한직장인

나트랑 현지에서 외국인 진료를 많이 한다는 큰 병원을 찾았다.

우리는 ChatGPT에 입력했던 증상들과 경과를 베트남어로 번역해서 담당 의사에게 보여줬다.

담당 의사도 헤노흐 쇤라인 자반증으로 진단했고, 입원을 권했다.

입원을 할 거라면 귀국 후 조치하는 게 나으니, 당장 귀국해서 24시간 내에 입원할 수 있다면, 그 이동과 시간 경과를 버틸 수 있는 정도 상황인지 물어봤다.


아이의 상태는 X-ray,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었고, 이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이는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수액과 정맥주사를 하나 맞았고, 다행히 검사 결과 입원이 필요하지만 귀국에 필요한 시간 정도는 견딜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아이가 수액을 맞는 2시간여 동안 우리는 귀국 편 비행기를 알아보고, 한 명은 병원에 남고 한 명은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10살 큰 아이는 이제 막 도착한 나트랑에서 떠나는 게 아쉬울 법도 했지만, 동생이 아파서 돌아가야 한다니 울지 않고 같이 자기 짐을 챙겼다.


링거 투약이 다 끝나고 숙소에 돌아와 짐을 마저 싸고는 택시를 불러 공항을 향했고, 돌아가는 택시에서야 큰 아이 뺨에 눈물이 흘렀다.


‘나트랑 너무 좋았는데...’



저녁 8시에 병원 접수를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온 시간은 아침 5시였다.

분명 피곤한 일정이었다.

1박 3일의 여행 일정, 아이의 응급 진료, 긴급 귀국

그런데 귀국 한 이상 그냥 자고 있을 순 없었다.

집에 돌아와 간단히 짐을 풀고 아침을 시켜 먹고 큰 아이를 씻겨 재우고선, 병원이 여는 시간을 기다렸다.



현지 병원에서 해준 조치 덕분인지 병원에 갈 시간 즈음에는 관절통과 부종, 자반은 전반적으로 많이 가라앉았고 아이는 걸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있었다.

입원을 해야 되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향후 통원 치료도 적지 않은 기간이 될 거라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대학 병원이 3개 있는데, 접근성이 가장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초진을 위해 중앙 원무과에서 접수를 했는데, 아이의 증상은 일반 소아과 증상이 아니다 보니, 우선 소아과로 배정은 하겠지만 소아과에서 진료가 안될 경우엔 다른 과에서는 성인 진료만 하기 때문에 전원을 권하게 될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진료를 받은 소아과에서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배정받은 교수님이 세브란스 병원 출신으로 HSPN(헤노흐 쇤라인 자반증 신장염)을 전공으로 하신 분이라는 것.

교수님은 ‘어떻게 저를 바로 알고 오셨어요?’라는 반응이셨다.


아이는 바로 서류상 입원 수속을 거쳤고, 병동에 들어가기 전 집에 가서 보호자용 이불과 세면도구, 핸드폰 충전기 등 입원 채비를 하고 나서야 아주 조금 얕은 낮잠에 들 수 있었다.


아. 그래도, 뭔가 버려지진 않았구나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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